페어바둑 최강 궁합? 부부보다 동문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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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배 페어바둑 최강전 결승전, 박-최 팀 우승… 상금 3000만원

제5회 SG배 페어바둑 최강전에서 우승한 박승화 6단(왼쪽)과 최정 5단. 우승 상금 3000만 원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는 질문에 박 6단은 “최 5단이 주는 대로 받겠다. 절반은 나눠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한국기원 제공
제5회 SG배 페어바둑 최강전에서 우승한 박승화 6단(왼쪽)과 최정 5단. 우승 상금 3000만 원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는 질문에 박 6단은 “최 5단이 주는 대로 받겠다. 절반은 나눠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한국기원 제공
동문의 끈끈한 유대가 부부의 궁합보다 앞섰다.

18일 충남 아산시 영인면 아름다운CC에서 열린 제5회 SG배 페어바둑 최강전 결승전에서 박승화 6단-최정 5단 팀(백)이 최철한 9단-윤지희 3단 부부를 220수 만에 불계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3000만 원. 박 6단과 최 5단은 충암바둑도장 동문이다.

페어바둑은 보통 흑(여성)→백(여성)→흑(남성)→백(남성) 순으로 착점한다. 착점 순서를 위반하면 페널티를 받는다. 한 번 순서를 위반하면 3집을 공제하고, 3회 위반 시는 실격패 한다. 같은 편끼리 서로 대화나 신호를 주고받을 수 없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날 결승 대국은 최-윤 부부 팀의 의욕적인 양외목 포석으로 시작됐다. 최 9단은 국 후 “페어바둑에선 흑을 잡을 때 포석을 미리 준비해 오는데 이 대회에서 양외목을 써봤더니 성적이 좋아 결승전에서도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 승리는 박-최 동문 팀이 흑 대마를 잡으며 거머쥐었다.

최-윤 부부 팀은 3회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최 9단은 “3회 대회 때는 본선 첫판에서 탈락해 4회 대회에는 아내보다 랭킹이 높은 여성 기사와 함께했는데 역시 성적이 좋지 않아 ‘믿을 건 마누라밖에 없다’며 다시 뭉치자고 했다”며 “이번엔 서로 호흡이 잘 맞아 순조롭게 이기고 올라왔다”고 말했다. 윤 3단은 “내가 어떻게 둘지 남편이 너무 잘 알아 거기에 맞게 둬주니 매우 편했다”며 “다음 대회에도 같은 팀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한 박-최 동문 팀의 박 6단은 생애 첫 우승을 기록했다. 박 6단은 “기풍이 나는 수비형이고 최 5단은 공격형이어서 크게 달랐지만 오히려 상호보완적인 면이 있었다”며 “첫 우승이어서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최 5단 역시 “내년에도 같은 팀으로 출전하고 싶은데 박 6단이 군대를 가야 해서 다른 선수를 물색해 봐야겠다”며 웃었다.

최 5단에 따르면 페어바둑을 잘 두는 비법은 같은 팀 선수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다. 팀원이 둔 수에 대해 인상을 찌푸린다거나 고개를 갸웃하거나 한숨을 쉬면 팀원이 위축돼 이후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자기의 기풍이나 생각한 100점짜리 수를 두려고 하는 것보다 상대가 이해하기 쉬운 80점짜리 수를 꾸준하게 두는 것이 승률을 더 높일 수 있다.

착수 순서를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당시 바둑 페어 종목에서 박정환-이슬아 팀이 금메달을 땄을 때 바둑으로는 반집을 졌지만 상대 중국 팀이 착수 순서를 어겨 벌점 2집을 받은 덕분에 1집 반 승을 거둔 적이 있다.

이날 대국에는 후원사인 SG그룹 이의범 회장을 비롯해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정대상 유창혁 김영환 김성룡 9단, 김효정 기사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내년부턴 대회 규모도 키우고 중국 일본 대만 선수도 초청해 세계대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페어바둑#박승화#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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