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충남 아산시 영인면 아름다운CC에서 열린 제5회 SG배 페어바둑 최강전 결승전에서 박승화 6단-최정 5단 팀(백)이 최철한 9단-윤지희 3단 부부를 220수 만에 불계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3000만 원. 박 6단과 최 5단은 충암바둑도장 동문이다.
페어바둑은 보통 흑(여성)→백(여성)→흑(남성)→백(남성) 순으로 착점한다. 착점 순서를 위반하면 페널티를 받는다. 한 번 순서를 위반하면 3집을 공제하고, 3회 위반 시는 실격패 한다. 같은 편끼리 서로 대화나 신호를 주고받을 수 없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날 결승 대국은 최-윤 부부 팀의 의욕적인 양외목 포석으로 시작됐다. 최 9단은 국 후 “페어바둑에선 흑을 잡을 때 포석을 미리 준비해 오는데 이 대회에서 양외목을 써봤더니 성적이 좋아 결승전에서도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 승리는 박-최 동문 팀이 흑 대마를 잡으며 거머쥐었다.
최-윤 부부 팀은 3회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최 9단은 “3회 대회 때는 본선 첫판에서 탈락해 4회 대회에는 아내보다 랭킹이 높은 여성 기사와 함께했는데 역시 성적이 좋지 않아 ‘믿을 건 마누라밖에 없다’며 다시 뭉치자고 했다”며 “이번엔 서로 호흡이 잘 맞아 순조롭게 이기고 올라왔다”고 말했다. 윤 3단은 “내가 어떻게 둘지 남편이 너무 잘 알아 거기에 맞게 둬주니 매우 편했다”며 “다음 대회에도 같은 팀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한 박-최 동문 팀의 박 6단은 생애 첫 우승을 기록했다. 박 6단은 “기풍이 나는 수비형이고 최 5단은 공격형이어서 크게 달랐지만 오히려 상호보완적인 면이 있었다”며 “첫 우승이어서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최 5단 역시 “내년에도 같은 팀으로 출전하고 싶은데 박 6단이 군대를 가야 해서 다른 선수를 물색해 봐야겠다”며 웃었다.
최 5단에 따르면 페어바둑을 잘 두는 비법은 같은 팀 선수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다. 팀원이 둔 수에 대해 인상을 찌푸린다거나 고개를 갸웃하거나 한숨을 쉬면 팀원이 위축돼 이후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자기의 기풍이나 생각한 100점짜리 수를 두려고 하는 것보다 상대가 이해하기 쉬운 80점짜리 수를 꾸준하게 두는 것이 승률을 더 높일 수 있다.
착수 순서를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당시 바둑 페어 종목에서 박정환-이슬아 팀이 금메달을 땄을 때 바둑으로는 반집을 졌지만 상대 중국 팀이 착수 순서를 어겨 벌점 2집을 받은 덕분에 1집 반 승을 거둔 적이 있다.
이날 대국에는 후원사인 SG그룹 이의범 회장을 비롯해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정대상 유창혁 김영환 김성룡 9단, 김효정 기사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내년부턴 대회 규모도 키우고 중국 일본 대만 선수도 초청해 세계대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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