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투표로 참여하는 ‘문학상 실험’ 절반의 성공

  • 동아일보

민음사 선정 ‘오늘의 작가상’에 구병모 소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1, 2차와 달리 최종심서는 독자 배제

독자가 투표에 참여하는 ‘문학상’…. 실험은 성공했을까?

민음사 주최의 제3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구병모·문학과지성사)이 10일 선정됐다.

올해 이 상은 독자 투표를 반영하는 등 38년 만에 심사 방식을 바꿨다. 한국문학이 독자와 괴리되는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상작 결과만 보면 ‘절반의 성공’이란 의견이 나온다. 선정 과정에서는 독자 의견이 반영됐지만 최종 심사에서는 결국 소수 심사위원의 결정에 따라 작품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1차 심사에서는 소설가, 평론가, 편집자, 독자로 구성된 50인의 추천위원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출간된 소설 중 22편을 선정했다. 1차에서 1위를 한 소설은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이어 6월 23일부터 20일간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22개 소설을 대상으로 한 독자들의 2차 투표가 진행돼 10개 작품이 추려졌다. 2차 투표 1위는 ‘투명인간’(성석제)이었다.

하지만 5명의 최종 심사위원으로 진행된 3차 최종 심사에서는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 소설은 1차 투표에서 5위권 밖, 2차 독자 투표에서는 6위를 기록했다. A출판사 관계자는 “독자 투표에서 1∼3위 정도를 한 소설에서 최종 수상작을 골랐다면 모를까, 5위권 밖에서 고를 거면 대규모 독자 투표는 왜 했냐”고 말했다.

민음사 관계자는 “심사작 대부분이 1만 권도 채 팔리지 않아 독자 투표 결과를 많이 반영하면 작품성보다는 작가 인지도에 따라 수상작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부터는 최종 심사에도 독자를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민음사#오늘의 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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