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장비-버거운 산행 없이도 ‘겨울산의 맛’을 오롯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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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내나라여행박람회]산림청 겨울 휴양림

착공 4년 만에 완공된 전북 부안의 국립 변산자연휴양림은 국내에서 처음 조성된 해양형 자연휴양림으로 주변에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산림청 제공
착공 4년 만에 완공된 전북 부안의 국립 변산자연휴양림은 국내에서 처음 조성된 해양형 자연휴양림으로 주변에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산림청 제공
겨울산은 아름답다. 눈 덮인 산과 하늘, 보이는 것 모두가 하얗게 변한 모습엔 누구나 흠뻑 빠져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겁고 비싼 장비, 그리고 버거운 산행이 아니더라도 겨울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산림청이 운영하는 전국의 국립자연휴양림이다. 승용차까지 몰고 숲 속 숙소까지 접근할 수 있어 가족단위 겨울 여행지로는 제격이다.

산림청은 최근 국내 최초의 해안형 자연휴양림인 전북 부안의 국립 변산자연휴양림을 개장했다. 바다와 숲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또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전북 순창의 회문산자연휴양림을 ‘2월의 추천 휴양림’으로 선정했다.

바다와 산을 함께 즐기는 변산휴양림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변산휴양림은 2011년 첫 삽을 뜬 뒤 4년 만인 최근 완공됐다. 이달 2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변산휴양림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유일의 해안형 휴양림이라는 점. 해안을 끼고 있어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휴양림에는 방문자 안내센터, 산림문화휴양관 2개 동, 습지생태관찰원, 물놀이장 등을 갖추고 있다. 근처에는 서해바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변산반도 해안 바닷가를 따라 조성된 마실길이 있다. 마실길 탐방로 8개 구간 중 6코스가 바로 휴양림을 안고 있다.

또 인근 모항해수욕장까지는 불과 2km 떨어져 있어 여름에는 가족 또는 단체로 해수욕과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이곳 주변에 있는 식물도 다양하다. 갯잔디 이외 19종의 식물이 식재된 2600m² 규모의 습지생태 관찰원과 280m²의 물놀이장도 있다.

숙소는 5∼9인실까지 다양한 타입의 객실을 갖춘 산림문화휴양관 2동이 있으며 이곳에는 친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인 펠릿 보일러가 사용된다.

주변에는 격포항, 모항해수욕장, 내소사, 곰소젓갈 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먹을거리 문화가 형성돼 있다. 작은 포구 주변 식당가에서 맛 볼 수 있는 생합죽은 부안 앞바다에서 채취한 생합과 녹두, 각종 야채를 넣어 끓여낸 별미로 겨울철에 제맛이다.

정영덕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장은 “숲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국민들에게 새로운 가치의 산림휴양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인터넷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국립 회문산자연휴양림은 겨울산행과 숲속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겨울철 최적의 휴양림이다.
국립 회문산자연휴양림은 겨울산행과 숲속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겨울철 최적의 휴양림이다.
2월에 찾기 좋은 회문산

전북 순창군에 있는 회문산 자연휴양림은 겨울산행과 역사체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민족의 영산’ 회문산은 예로부터 다섯 선인이 바둑을 두는 형상인 ‘오선위기혈’이 있어 풍수가들이 손꼽는 명당이다. 항일의병과 동학농민운동의 진원지, 그리고 빨치산 점령지로 알려져 있어 역사적 의미도 많은 곳이다.

회문산 동쪽 계곡부에 자리 잡은 회문산 자연휴양림은 1993년 개장했지만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쾌적한 산림휴양시설을 자랑하게 됐다. 휴양림 사이를 흐르는 청정계곡과 아홉 구비의 구룡폭포 그리고 회문산 설경은 겨울철에 힐링(healing) 하기 좋은 곳이다.

특히 국립자연휴양림 중에서 유일하게 곤충표본전시실과 회문산역사관이 있어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곤충 만들기와 역사 현장을 한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밖에 빨치산 토벌의 희생자를 기리고 평화를 기원하는 비목공원, 위령탑, 기이한 형상의 여근목(木), 회문산 정상의 천근월굴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재선충 방지,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원섭 산림청장 인터뷰

“재선충병에 감염돼 죽어가는 소나무를 볼 때면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국민 마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국민 모두 즐겁게 찾을 수 있는 소나무 숲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산림청은 올해 시무식을 1월 1일 소나무 재선충병 현장인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야산에서 열었다. 직원 200여 명과 함께 방제전문작업단의 벌채와 파쇄, 훈증 작업 등을 참담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작업도 도왔다.

신원섭 산림청장(사진)도 이 같은 시무식 아이디어를 낸 사람 중 한 명이다. 올해에야말로 재선충병을 완전 방제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에서다. 신 청장은 “매서운 추위에도 겨울산이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는 이유는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생명력을 뽐내고 있는 푸른 소나무 숲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우리나라 소나무의 기품을 문인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세한도(歲寒圖)에 빗대어 설명했다.

“제주도에 유배된 추사가 제자인 통역관 이상적의 변함없는 마음과 행동에 감격해 그려 보낸 수묵화에는 소박한 집 한 채와 소나무, 잣나무 두 그루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소나무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이자 늘 우리 곁에서 함께해 왔으나 지금은 큰 시련에 처해 있습니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 일본산 원숭이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재선충병은 현재 경기·강원권역에서는 잣나무에, 충청 이남 지역에서는 주로 소나무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지난해에만 감염돼 베어낸 나무만도 218만여 그루. 특히 감염되면 한 달 만에 100% 죽고 치료약이 없기 때문에 한때는 ‘소나무의 에이즈’로 불렸다.

신 청장은 “범정부적인 노력을 통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까지 제정해 필사적으로 대응했지만 현재 피해가 발생한 곳만도 74개 시·군·구에 이른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목(國木)과 다름없는 우리 소나무가 전멸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피해 입은 나무를 제거하지 않거나, 훈증된 소나무를 무더기로 훼손하는 행위, 소나무류를 무단 이동시키는 행위는 재선충병을 확산시키는 범죄나 다름없다”며 “말라죽은 나무를 제때 발견하고 소나무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활동시기 이전에 훈증, 소각, 파쇄를 한다면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청장은 또 “금강·안면소나무 숲, 문화재용 목재 생산림, 백두대간보호지역 등은 정말로 아름답고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우량 소나무 숲”이라며 “국민 모두 재선충 방지 노력에 힘을 기울여 후손들에게 찾고 싶은 소나무 숲으로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선충병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감염된 나무를 발견하거나 소나무류의 불법이동을 목격했을 경우 신고하는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바로 소나무 숲을 살리는 희망입니다. 누구나 여행하고 싶은 숲을 만드는 실천입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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