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효정 작가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준 상이라 더욱 기뻐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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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 스토리킹賞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의 천효정 작가

천효정 작가. 비룡소 제공
천효정 작가. 비룡소 제공
올 2월 한 문학상의 본심에 오른 두 작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제목에 내용이 드러나서 흥미가 덜합니다.” “반전이 계속돼 도리어 헷갈리는데요.”

심사위원들은 ‘어른’ 작가나 평론가가 아니었다.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들이었다. 2 대 1의 경쟁을 거쳐 위촉된 100명 중 절반가량이 모여 이날 오프라인 심사를 한 것. 이들과 온라인으로 심사한 어린이 심사위원의 다수가 지지한 무협 장편동화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사진)는 비룡소가 주최하는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이 됐다. 수상자 천효정 작가는 “어린이들이 직접 뽑는 문학상은, 동화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상일 거다”라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현재 생후 20개월인 아이를 키우느라 육아휴직 중인 작가는 지난겨울 아이를 재워놓고 동화를 써나갔다. 고아 소년 건방이가 오방도사를 만나 무술을 연마하는 과정을 그렸다. 중학생 때부터 무협소설에 빠졌던 작가는 대학 시절 검도 동아리에서 활약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무협동화를 완성했다.

“한 어린이 심사위원의 평을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건방이라는 제목만큼 주인공이 건방지지 않아서 제목과 내용이 조화롭지 않다고 썼더라. 그래서 퇴고 과정에서 캐릭터가 더 건방지도록 고쳤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어린이 심사위원제를 도입한 스토리킹 문학상은 독서가 숙제나 마찬가지인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가까이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침체된 아동문학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방법이 되기를 기대했다.

스토리킹은 전문가로 구성된 어른 심사위원단이 응모작을 추려 최종 본심 작품 2∼4편을 결정한다. 위촉된 어린이 심사위원단은 본심 작품을 받아 읽어본 뒤 온라인에 추천작과 심사평을 올리고, 오프라인에서도 만나 의견을 나눈다. 당선작은 어른 심사위원단 점수 50%와 어린이 심사위원단 점수 50%를 합산한 결과로 가린다.

지난해에는 어른 심사위원단의 판정을 뒤집고 어린이의 뜻에 따라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가 뽑혔다. 이 책은 1권이 3만 부, 2권이 2만 부가 팔렸다. 1만 부를 대형 베스트셀러로 보는 아동서 시장에서 이례적이었다. 본심에서 경합을 벌인 ‘분홍 올빼미 가게’도 지난달 출간됐다. 올해는 어른과 어린이 심사위원 모두 ‘건방이…’의 손을 들어줬다. 최종심에서 겨뤘던 공상과학소설 ‘컬러보이’도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스토리킹문학상#어린이심사위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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