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 스님 “천하의 나쁜 놈이란 세월호 선원들, 그들이 곧 대한민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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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원로 西堂 대원 스님

해인사 서당 대원 스님이 지난달 28일 용성, 고암 스님을 기리는 탑과 탑비가 있는 쪽을 가리키며 용탑선원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대원 스님은 “종교에 관계없이 거짓이 없는 참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이럴 때 남을 넉넉하게 배려할 수 있는 무한한 지혜와 자비심이 나온다”고 말했다. 합천=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해인사 서당 대원 스님이 지난달 28일 용성, 고암 스님을 기리는 탑과 탑비가 있는 쪽을 가리키며 용탑선원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대원 스님은 “종교에 관계없이 거짓이 없는 참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이럴 때 남을 넉넉하게 배려할 수 있는 무한한 지혜와 자비심이 나온다”고 말했다. 합천=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 “선원들의 행동, 백 번 천 번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천하의 나쁜 놈’이라는 선원들, 그 사람들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선원들의 그런 행동, 마음이 어디서 나오겠느냐. 불행하게도 이 대한민국에서 나왔다.” 4월 28일 합천 해인사에서 만난 서당(西堂) 대원 스님(72)의 일침이다. 큰 사찰의 경우 동당(東堂)과 서당에 원로 스님을 모시고 그 가르침을 받는다. 대원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을 두 차례 지낸 고암 스님(1899∼1988)의 제자로 한국 불교계에서 일가를 이룬 용성 스님(1860∼1940)의 법을 잇고 있다. 현재 공주 계룡산 학림사 내에 있는 오등선원의 조실도 맡아 선의 대중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6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용성, 고암 스님의 사리를 모신 용탑선원에서 대원 스님을 인터뷰했다. 》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말씀을 먼저 꺼내셨는데….

“세상이 그쪽에 쏠려 있으니 자연스럽게 말이 나온다. 실종자들이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이번 사건은 유족들은 물론이고 누구에게나 안타깝고 힘든 일이다. 곡식은 허공이 아니라 밭에서, 땅에서 나온다. 정부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함께 져야 하는 허물들이 많다. 눈앞에 나타나는 빠른 성과에만 매달려온 나라 전체의 마인드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 모두인가?

“이번 사건은 우리 온 국민의 허물이다. 세월호만 볼 게 아니라 그 바닥 속에 함께 파묻혀 있는 우리의 어리석음도 깨달아야 한다. 우리도 묻혀 있고,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이룬 경제성장에 관해서는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나.

“박정희 대통령 때 경제를 일으켰다지만 외환위기 때 국가 부도 사태를 경험하지 않았나. 아무리 물질을 일으켜도 정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래 위에 쌓은, 사상누각이다. 아무리 재산을 많이 물려줘도 자손의 의식이 살아 있지 못하면 그 재물을 지킬 수 없는 법이다.”

―용탑선원은 은사의 체취가 남은 곳이다. 고암 스님은 어떤 분이었나.

“오랫동안 큰 수행으로 마음의 진면목을 깨달은 분이다. 큰스님 하면 벼락 같은 호통이 많이 떠오르지만, 은사는 자비로운 성격이었다. 말씀을 하지 않아도 제자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분이었다.”

―불교, 특히 참선 위주의 수행이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바다 밖에서는 수면과 파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바다 깊이 들어가야 바다 밖과 속 모두 알 수 있게 된다. 마음의 바다도 그렇다. 가만히 앉아 매일 1분이라도 자신을 돌이켜봐라. 이 과정이 쌓이면 마음의 바다를 조금씩 볼 수 있다.”

―스님은 언제 마음의 평화를 얻었나.

“여러 장애와 힘든 과정이 있었다. 젊은 시절에는 환상 속의 미인이 홀랑 벗고 달려올 때도 있었다. 흐르는 물을 갑자기 막아서면 거품과 난기류가 생기는 법이다. 그런 위기를 넘어서니 평정이 찾아왔다.”

―부처님이 오신 뜻을 밝혀주시면….

“부처의 마음은 참마음, 때가 없는 상태다. 여기 해인사에 오시니 맑은 공기와 기운이 정말 좋지 않나? 사람들도 그런 기운을 풍길 수 있다. 남편이 평소 좋은 기운을 풍기면, 스트레스 많은 부인도 바뀔 수 있다. 부인이 깊은 마음 담아 된장국을 끓여주면 남편이 젊어지고, 반대라면 그 된장국은 독약이 된다. 부부가 서로 맑은 분위기를 풍겨야 집안과 나라가 봄날을 맞는다.”

합천=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세월호#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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