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이 22일 추기경 서임식을 앞두고 가진 교황청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의 주장을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은 번역 과정의 오류로 “합리적이지 않다”는 말이 와전됐다고 해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바티칸 교황청 소속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20일 염 추기경이 정의구현사제단의 주장에 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사제단 신부들의 주장이 완전히 비이성적인(tutto irragionevoli)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대통령이 지지를 잃어버리면 5년 뒤에 정권을 바꿀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염 추기경은 “사제단은 1987년까지만 해도 매우 중요한 민주화 투쟁을 이끌었지만 오늘날 정치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지금은 맞서 싸울 독재정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염 추기경은 “지금은 반정부 활동보다는 대중의 현실적인 필요에 그들의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며 “만일 그들이 기존 방법론을 고집한다면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바티칸에 와 있는 서울대교구의 한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됐으며 ‘완전히 비이성적’이라는 표현은 이탈리아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잘못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교구는 해명자료를 내고 “인터뷰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염 추기경은 사제단이 민주적 선거절차를 무시하고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또 “기사에는 누락됐지만 사제단을 파문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염 추기경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도 나의 사제이다. 그분들도 교회를 사랑하며 고통 받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라는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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