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예쁜 책]“내가 천국에 간다면 끝없이 쓸 수 있는 노트를 갖고 가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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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관찰 노트
마이클 R 캔필드 엮음·김병순 옮김/416쪽·2만4000원·휴먼사이언스

자연사학자이자 미술가인 클레어 에머리의 관찰노트. 관찰노트의 왼쪽은 곰이 나무에 낸 자국을 관찰한 것이고, 오른쪽엔 유럽자고새를 관찰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수준급의 그림 솜씨와 또박또박 적은 깔끔한 글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휴먼사이언스 제공
자연사학자이자 미술가인 클레어 에머리의 관찰노트. 관찰노트의 왼쪽은 곰이 나무에 낸 자국을 관찰한 것이고, 오른쪽엔 유럽자고새를 관찰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수준급의 그림 솜씨와 또박또박 적은 깔끔한 글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휴먼사이언스 제공
수채 그림물감으로 그린 문어해파리, 라일락 나뭇가지의 성장 과정을 관찰한 37일간의 스케치, 대왕판다가 먹은 대나무 가지의 지름과 똥의 무게를 꼼꼼히 측정한 표, 화석 발굴 현장에서 느낀 감상….

이 책은 동물행동학 생태학 고생물학 곤충학 인류학 등을 연구하는 과학자 15명의 관찰 노트(field note)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관찰 노트는 말 그대로 자연 현장에서 관찰한 내용을 직접 기록한 것. 과학자들 각각의 개성 있는 관찰 및 기록 방법은 물론이고 그들의 삶까지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태블릿PC 같은 디지털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현장에서 종이와 연필만 소지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 수첩이나 모눈종이, 대학노트에 또박또박 적어 내려간 글씨, 화가 뺨치는 스케치 솜씨, 짬짬이 써내려간 깨알 같은 일기를 보고 있으면 예쁜 디자인을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야외에서 어쩜 이토록 예쁘게 글씨를 쓸 수 있을까!

과학자나 과학 전공자만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들의 관찰 노트를 구경하는 내내 나도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나만의 방식으로 노트에 쓱쓱 기록하고 싶어 설렌다. 요리 레시피일 수도 있고 외국어 단어 암기장이나 그림일기, 독서 기록장일 수도 있다.

필자 중 한 명인 개미 연구의 권위자 에드워드 윌슨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천국이 있어서 내가 거기에 들어갈 수 있다면… 나는 끝없이 쓸 수 있는 노트를 가지고 갈 것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과학자의 관찰 노트#관찰 및 기록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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