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멜랑콜리가 흐르는 가을밤 ‘브리티시 사운드’에 푹 빠져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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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심포니 이끌고 10월 8, 9일 내한공연 갖는 지휘 명장 앤드루 데이비스

영국 BBC심포니를 이끌고 한국을 찾는 지휘자 앤드루 데이비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인 엘가의 작품으로 연주회를 시작하는 그는 “위풍당당 행진곡은 흥분되고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며 “청중이 첫 곡으로 들으면 열린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크레디아 제공
영국 BBC심포니를 이끌고 한국을 찾는 지휘자 앤드루 데이비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인 엘가의 작품으로 연주회를 시작하는 그는 “위풍당당 행진곡은 흥분되고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며 “청중이 첫 곡으로 들으면 열린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크레디아 제공
영국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부드럽고 호소력 짙은 ‘브리티시 사운드’를 들려준다.

클래식 음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에서 기사 작위를 받은 지휘자 앤드루 데이비스(69)가 다음 달 BBC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한국 무대를 찾는다. 그는 1989년부터 2000년까지 BBC심포니 상임지휘자를 지냈고 이후 명예 지휘자를 맡고 있다. 이 악단의 초대 감독으로 20년간 재임한 에이드리언 볼트 이후 가장 오래 집권한 지휘자다. 기량이 빼어난 젊은 지휘자의 등용문을 자처하는 역동적인 영국 음악계에서, 그는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는 노련한 명장이다.

내한 프로그램은 영곡 작곡가의 작품으로만 채운다. 에드워드 엘가(1857∼1934)의 위풍당당 행진곡과 수수께끼 변주곡, 윌리엄 월턴(1902∼1983)의 비올라 협주곡, 벤저민 브리튼(1913∼1976)의 네 개의 바다 간주곡이다. 그가 꾸준히 무대에서 선보이고, 또 호평이 잇따르는 그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다.

내한에 앞서 e메일로 만난 그는 “이번 공연의 포인트는 영국 음악”이라면서 “단 한 명의 영국 작곡가를 택하라면 엘가를 꼽겠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간의 차별성이 점점 줄고 있기는 하지만 BBC심포니는 모차르트부터 메시앙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아우르는 유연성, 따뜻한 현악 사운드, 관악의 장대한 위력이 특징이지요. 이번 한국 공연을 위해 내가 좋아하고 무척 자랑스러워하는 음악을 골랐습니다. 영국 작곡가들의 작품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사색과 멜랑콜리(우수)를 나누고 싶습니다.”

영국 하트퍼드셔에서 태어난 그는 킹스칼리지에서 오르간을 전공했다. 이후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서 프랑코 페라라에게 지휘를 배웠다.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리카르도 샤이,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선정된 요엘 레비도 페라라의 제자다.

“페라라와 더불어 내가 가장 존경하는 지휘자는 존 바비롤리와 오토 클렘페러입니다. 이들에게 배운 것은 두 가지예요. 작품에 깃든 영혼을 찾아낼 것, 그리고 작곡가의 의도에 충실할 것. 이를 바탕으로 지휘하는 모든 작품에 가장 적합한 사운드를 발견해 내려고 합니다.”

일흔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그는 21세기 현대음악의 강력한 주창자다. 그는 학창시절, BBC심포니가 영국 작곡가 마이클 티펫(1905∼1998)의 오페라 ‘한여름 날의 결혼’ 스튜디오 리코딩에 참여했다. 그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그날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메조소프라노 재닛 베이커의 아리아를 들었을 때 통찰의 순간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티펫을 비롯해 엘가, 브리튼, 올리비에 메시앙, 피에르 불레즈의 음악을 널리 연주하고 있다. 2000년부터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음악감독 겸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그는 “2015∼2016시즌에 주요한 현대 오페라를 올릴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현대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은 공영방송인 BBC에 속한 방송교향악단인 BBC심포니의 역할과도 잘 어우러졌다. BBC심포니는 1000곡이 넘는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초연하며 현대음악의 저변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는 16년 전 BBC심포니와의 내한공연 땐 무릎 수술 때문에 앉아서 지휘를 했다. 그는 “지금은 컨디션이 완벽하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10월 8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9일 오후 7시 반 대전 만년동 대전문화예술의전당. 5만∼25만 원. 1577-5266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앤드루 데이비스#BBC심포니오케스트라#영국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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