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작곡가 브람스를 대신하여 지휘봉 잡고있다고 여겨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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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감독, 차세대 지휘자 6명 지도

2일 열린 지휘 마스터클래스에서 참가자 백윤학(왼쪽)에게 지휘 기법을 전수하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서울시향 제공
2일 열린 지휘 마스터클래스에서 참가자 백윤학(왼쪽)에게 지휘 기법을 전수하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서울시향 제공
너덜너덜한 브람스 교향곡 1번 악보에서 시선이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얼굴과 불안하게 움직이는 손…. 2일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의 지휘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한 젊은 지휘자 6명의 공통점이었다.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정 감독이 처음으로 이끄는 차세대 지휘자 발굴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정 감독의 지휘 기량을 전수하는 것과 더불어 서울시향의 지휘자군에 영입할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가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날 서울 세종로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지휘대에 올라섰다. 서울시향을 자신의 악기로 삼아 브람스 교향곡 1번 중 각자 선택한 악장을 30분씩 이끌었다. 단원들은 참가자 평가지에 장단점을 꼼꼼히 기록했다.

첫 번째로 지휘대에 선 백윤학(38)은 긴장한 탓인지 30분 만에 셔츠가 땀으로 몽땅 젖고 말았다. 지휘봉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는 서울과학고,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부를 마치고 서울대 음대에 지휘 전공으로 편입한 이력을 지녔다.

연습실 뒤편에 앉아 지켜보던 정 감독은 연주 도중에 지휘대로 다가갔다. “지휘자가 사인을 주면 오케스트라는 따라갑니다. 템포, 어떤 소리가 나와야 하는 부분, 이렇게 딱 필요한 부분만 지휘로 보여주세요. 나머지 것을 지시하려고 지휘봉을 움직이지 마세요.”

또 다른 신진 지휘자 서진(38)에게는 곧은 자세를 주문했다. “어머니가 늘 ‘너는 왜 그렇게 자세가 구부정하니’라고 하셨는데, 자세가 나와 똑같네.(웃음) 단원들을 자신의 음악세계로 초대하기 위해서 가슴을 활짝 열고 명확하게 지시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은 브람스를 대신해 서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정 감독의 세심한 조언이 이어지자 이미 차례가 끝난 마카오 태생의 리오 쿠오크만(33)도 악보에서 해당 악구를 찾아 메모를 했다. 올해 구스타프 말러 지휘 콩쿠르 준결선에 진출한 박준성(31), 국제 앙상블 모데른 아카데미(IEMA)에 동양인 최초로 지휘자에 선발된 최수열(34), 지난해 독일 음악협회의 ‘미래의 거장 10명’에 선발된 홍석원(31)의 지휘가 이어졌다.

백윤학은 “지휘 공부를 하면서 템포나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수십 번 들었지만 정 선생님의 조언이 유독 무겁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최수열은 “지휘대에서 30분은 무척 짧은 시간처럼 느껴졌다”며 “‘하던 대로 하자. 욕심 부리지 말자’고 마인드컨트롤을 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젊은 지휘자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귀와 가슴이 말하는 대로 손을 움직여야 합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정명훈#마스터클래스#차세대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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