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 깊어졌다고 김태원 형이 칭찬… 뮤지컬-콘서트 둘다 잘하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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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잭 더 리퍼’ 주연 맡은 ‘부활’ 보컬 정동하

‘잭 더 리퍼’로 세 번째 뮤지컬 무대에 오른 정동하는 “어릴 때부터 외톨이로 지내서 형성이 덜 됐던 자아가 연기를 통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잭 더 리퍼’로 세 번째 뮤지컬 무대에 오른 정동하는 “어릴 때부터 외톨이로 지내서 형성이 덜 됐던 자아가 연기를 통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25년 전 영국 런던에서 매춘부 5명을 살해하고 시체를 참혹히 훼손한 연쇄살인마. 이 실화를 다룬 ‘잭 더 리퍼’는 주인공 배우의 키에 따라 관객 반응이 확연히 달라지는 뮤지컬이다. 심정적 공감이 어려운 캐릭터이기에 신체조건의 카리스마가 몰입도를 좌우한다.

정동하(33)는 그런 점에서 괜찮은 선택이다. 신장 178cm에 쭉쭉 시원하게 뻗은 팔다리. 록그룹 ‘부활’의 보컬인 그는 지난해 11월 TV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지금도 깨지지 않은 최고기록 438점을 내 스타로 떠올랐다. ‘잭 더 리퍼’와 다음 주 ‘불후의 명곡’ 김현식 편 녹화 준비로 여념 없는 정동하를 16일 오후 만났다.

―뮤지컬, 콘서트, 드라마 OST, 영화, TV…. 체력이 버텨주나.

“체력 좋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힘든 줄 모르겠다. 놀이터에 있는 기분이다. 놀 때는 힘든 줄 모르잖나. 눕기만 하면 꿈 한 토막 없이 잠들지만.”

―원래 배우 할 생각이 있었나.

“부활 레퍼토리엔 슬픈 노래가 많다. 그런데 자꾸 ‘이따 뭐 먹지’ 하면서 부르게 되더라. 슬프지 않은데 슬픔을 표현하는 건 청중을 속이는 게 아닌가, 고민이 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나 하나만 속이면 다 해결되겠구나’ 싶었다. 나 자신을 속이고 싶어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3년 전부터.”

―뮤지컬 데뷔는 부활 보컬 선배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네 번째 보컬이었던 김재희 선배가 리더 (김)태원 형의 허락을 받아줬다. 지난해 5월 ‘롤리폴리’가 첫 무대였다. 콘서트도 행복하지만 뮤지컬은 커다란 기계의 일부로 변신하는 쾌감이 있다. 혼자 농구하다가 함께 게임 뛰는 기분이랄까. 기회가 닿으면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에 도전하고 싶다.”

―뮤지컬과 록 음악은 발성이 다르다. 부활 멤버들 불평은 없나.

“콘서트에서는 소리를 아름답게 내는 방법에만 골몰했다. 뮤지컬에서 중요한 건 대사 전달이다. 콘서트 하면서 뮤지컬 생소리가 튀어나올 때가 가끔 있긴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마이너스가 아니다. 형들은 다 칭찬해준다. 표현이 깊어졌다고.”

―주인공 다니엘은 감정과 성격 변화 폭이 큰 캐릭터다. 본인 스타일과 다를 것 같은데….

“살아오면서 크게 폭발하듯 화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감정을 극단까지 토해내는 배역이라 한번 공연하면 진이 다 빠진다. 난 어렸을 때부터 늘 외톨이었다. 초등학교 때 전학을 6번, 이사는 40번쯤 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빚쟁이한테 쫓긴 건 아니었다. 하하. 당연히 친구가 없었다. 아버지 방에서 혼자 두꺼운 백과사전을 읽으면서 놀았다. 그러다 보니 2005년 부활 활동 초기에는 ‘인터뷰 불가’ 인물이었다. 밥 먹었느냐는 질문에도 대답을 못했다.”

―그런 성격으로 음악은 어떻게 시작했나.

“영국 록그룹 ‘퀸’에 열광하다 고교 밴드에 들어갔다. 군대 다녀와서 2004년 우연히 부활 베이스 (서)재혁 형을 만나 합류했다. 태원 형은 내 음색을 좋게 들어준 것 같다. 나는 아직 내 노래에서 단점만 들린다. 소리를 툭 던져 확 밀어치지 못한다. 트레이닝 받아본 적도 없어서 기본 발성이 부족하다. 뮤지컬 하면서 조금씩 알을 깨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물론 아직 멀었다.”

―뮤지컬과 밴드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고등학교 때 음악만 하겠다고 책을 아예 덮었다. 진짜 후회한다.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뭐든 많은 경험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절실한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하나를 잘하려고 다른 걸 다 포기할 필요는 없다. 공부 아예 안 한다고 꼭 음악 잘하는 것도 아니잖나. 몸이 힘들어도 양쪽 모두에서 내 최선을 뽑아낼 거다. 즐겁게.”

―연기력 논란도 있다.

“미용실 거울을 보며 가끔 생각한다. ‘내가 보기엔 이상한데, 미용사는 괜찮아 보인다 생각하겠지.’ 이상하다는 말의 의미가 뭘까. 시야를 넓히면 더 잘 살아가는 사람, 정말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9월 29일까지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6만∼12만 원. 02-764-7857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정동하#잭 더 리퍼#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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