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었던’ 그가 가까이 온다

  • 동아일보

4월 6,7일 4년 만에 콘서트 갖는 가수 이광조

미대 출신으로 크로키나 데생을 좋아한다는 가수 이광조. 온화하고 섬세한 예술가 이미지와는 달리 술을 잘 마시고 욕도 잘한다고. “서울 사람들이 욕을 잘해요. 나는 욕을 온화
하게 하지.”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미대 출신으로 크로키나 데생을 좋아한다는 가수 이광조. 온화하고 섬세한 예술가 이미지와는 달리 술을 잘 마시고 욕도 잘한다고. “서울 사람들이 욕을 잘해요. 나는 욕을 온화 하게 하지.”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매일 새벽 5시 반, 에스프레소 기계로 직접 내린 커피 향을 음미하며 남산을 산책하는 이 남자. 어느새 환갑이 넘은 싱글남 가수 이광조(61)다.

노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오늘 같은 밤’으로 1980년대를 풍미했던 그가 다음 달 6,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4년 만이다. 지난해 발매된 음반 ‘사랑인 거죠’에 수록된 곡들을 비롯해 1980년대 히트곡들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부른다.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고뇌 없이 살았어요. 워낙 욕심이 없어요. 젊게 살려고 많은 걸 내려놨죠. ‘이순수’라고 불러주세요.”

검은 야구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니 희끗한 머리칼과 동그란 눈망울이 드러났다. 예전보다 조금 더 처진 눈과 조금 더 자글자글해진 입가, 볼록 나온 뱃살이 포착됐다. 그는 “나이가 60이 넘으니 배가 나오네요”라며 수줍어했다. 약간의 비음이 섞인 매력적인 말씨는 늙지 않았다.

그는 홍익대 미대에서 공부하다 1977년 ‘나들이’로 가수가 됐다. 올해로 데뷔한 지 36년이 됐다. 2000년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나 11년간 혼자 여행하며 자유롭게 지냈다. 다시 돌아와 무대에 서는 이유가 뭘까. 그가 섬세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볼을 감쌌다.

“그땐 다른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근데 팔자라고 그러죠. 노래를 못 버리겠더라고요. 샌프란시스코 오션비치에 ‘이광조 바위’가 있어요. 썰물일 때만 갈 수 있는 바위인데 노래하고 싶을 때 가서 맘껏 소리 지르고 노래 불렀죠. 우리는 소리를 안 하면 목이 굳어서 노래를 할 수밖에 없어요.”

순수한 소년의 감성으로 노래를 부른다는 ‘이순수’, 가수로서의 자존심이 만만치 않다. “나는 나니까. TV가 얼굴 팔기 위해, 공연 홍보하러 나가는 장소로 전락됐어요. 저는 TV에 나오는 사람이 아닌, 순수하게 노래 부르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어요. 가수가 노래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아니면 자존심 상하잖아요.”

싱글남으로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물으니 그의 눈이 반짝였다. “싱글로 살면 내가 떠나고 싶을 때 그냥 떠날 수 있잖아요. 제일 좋은 건 누구에게 얽매이지 않는다는 거죠. 노래도 백지에 물감을 툭툭 던지듯 그림 그리는 것처럼 부르게 돼요. 내지르는 것보다는 단단하게 뭉쳐서 가라앉은 소리. 나이를 먹는 게 그런 거예요. 소리를 아직도 높이 내려고 난리를 치면 그렇게 추잡하게 보일 수가 없는 거지.”

콘서트는 250명 규모의 작은 공간에서 열린다. 오랜만에 팬들과 가까이 만나게 돼 설렌다고 했다.

“인간은 곧 추억이에요. 동시대를 살고 있을 때까지는 팬들에게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가 갑자기 새침하게 팔짱을 꼈다. “근데요, 관객들은 여우예요, 진짜. 우습게 생각하면 당해. ‘그래, 내가 한번 좋아했었는데 어떻게 하나 보자’ 했는데 실망하면 다신 안 와요. 공연은 모든 감각을 다 곤두세워야 하는 전쟁터죠. 저도 잔뜩 긴장하고 있어요.”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광조#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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