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키워드로 본 올해 바둑계 결산

  • 동아일보

주링허우 군단 돌풍에 韓中 고수들 혼쭐

《 올해 바둑계 최대 화두는 ‘중국의 주링허우(90後)’였다. 1990년대 출생자를 뜻하는 이들은 한중 정상급을 꺾으며 바둑계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백홍석과 이세돌이 세계대회에서 3개 타이틀을 따내며 한국 바둑을 지켜냈다. 올해 바둑계를 5대 키워드로 결산한다. 》
① 90後… 중원의 새바람에 韓바둑계 “영재육성 서두르자”

지난해부터 중원에서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중국 갑조리그에서 9연승을 차지한 미위팅(米昱廷·16) 3단이 두각을 나타내더니 올해 당이페이(당毅飛·18) 4단, 판팅위(范廷鈺·16) 3단, 양딩신(楊鼎新·14) 3단 등이 세력권을 형성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구리(古力·29) 9단 등 정상권을 잇달아 무너뜨렸다.

한국이 이들의 실력을 확인한 것은 3월 LG배. 중국 랭킹 52위 당이페이는 32강전에서 이세돌 9단을 눌렀다. 충격이었다. 같은 날 이창호 9단도 미위팅에게 패했다. 미위팅은 64강전에서 한국의 차세대 박정환 9단에게도 이겼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판팅위는 비씨카드배 바이링배 등 세계대회에서 이영구 9단, 김지석 8단 등을 꺾었다. 잉창치배 16강전에서는 이세돌에게 승리했다. ‘한국 바둑 이대로 무너지나’라는 적색경보가 울렸다. 한국기원은 바둑 영재 육성에 미흡했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서둘러 영재입단 대회를 열었다. 신민준(13)과 신진서(12)가 입단했다.

백성호 9단은 “앞으로 5년 뒤면 중국의 젊은 세대가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세돌은 “중국의 젊은 기사들이 강하지만 한국의 정상권이 여전히 강해 앞으로도 상당 기간 팽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국의 주링허우는 한국 바둑에 큰 과제 하나를 던진 셈이다.

② 2관왕… 백홍석 비씨카드배-TV아시아선수권대회 석권

중국의 강세가 도드라진 대회는 3월 비씨카드배였다. 한국 202명, 중국 56명이 출전한 대회에서 16강에 오른 한국 기사는 백홍석 9단(사진)을 포함해 3명, 중국은 13명이었다. 특히 32강전에서는 대중국전에서 1승 10패의 치욕을 당했다. 그러나 백홍석은 단기필마로 결승에 올라 중국에 넘어갈 뻔했던 우승컵을 건져 올렸다. 그는 9번 준우승의 한을, 그것도 세계대회에서 풀었다. 이어 백 9단은 8월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쿵제(孔杰) 9단을 누르고 세계대회 2관왕에 올랐다.

③ 왕의 귀환… 하반기 막판 승수쌓기… 이세돌 랭킹 1위 탈환

이세돌(사진)은 상반기 랭킹 1위 자리를 박정환 9단에게 내주었다가 5개월 만에 탈환했다. 또 연말 올레배에서 우승해 1억 원을 챙기고 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 동갑 라이벌인 구리를 2-1로 누르고 상금 3억 원을 챙겼다. 그는 “평소엔 잘 하지 않지만 이번엔 너무 기뻐 우승컵에 키스했다”고 말했다.

④ 10-100-1000… 한국바둑리그 10팀-100명-1000대국 성장 기염

올해 한국바둑리그는 참가팀이 10개 팀으로 늘어나는 등 최대 규모였다. 특히 2군 리그인 ‘락스타리그’까지 출범하면서 선수단이 100명이나 됐다. 대국 수만 8개월간 1000국에 육박했다. 한게임이 우승을 거머쥐었다(사진). 초대 대회에 이어 8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이었다. 아마추어도 올해 12개 시도팀이 참가한 내셔널리그를 출범시켰다.

⑤ 춘추전국시대… ‘여제’ 루이나이웨이 빈자리 놓고 女바둑 3파전

여자대회 3관왕이던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이 1월 중국으로 귀국한 뒤 여자바둑계는 춘추전국시대가 됐다. 최정 2단(여류명인전)-박지연 3단(여류국수전)-조혜연 9단(여류십단전)으로 재편된 것.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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