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책 읽는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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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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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어린이도서 시장, 전례없는 불황에도 올해 2.5% 성장

6일 프랑스 파리 15구 종킨 거리의 공립유치원에서 열린 어린이 도서 판매행사에서 학부모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6일 프랑스 파리 15구 종킨 거리의 공립유치원에서 열린 어린이 도서 판매행사에서 학부모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프랑스는 12월이 되면 유치원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책을 판매하는 행사를 벌인다.

보통 12월 마지막 주에서 새해 첫째 주까지 2주간인 크리스마스 겨울방학 기간에 아이들이 집에서 읽을 책을 마련하도록 학부모들에게 권유하는 것이다.

판매하는 책은 삽화가 들어간 동화가 주를 이루지만 재미있고 알기 쉽게 풀이한 역사, 관광, 지리서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보통 7∼10유로 정도 하는 책값을 10∼20% 할인해준다.

유치원들은 출판사나 서점과 협의해 이 기간에 판매된 책 대금 중 일부를 유치원이나 학교 발전기금으로 받고 이를 기자재 구입비나 운영 자금으로 보태 쓴다. 어린이에게는 책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하고, 학교는 부대 수입을 얻는 일거양득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파리 15구의 종킨 거리에 있는 한 공립유치원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책 판매량이 조금 늘어난 것 같다”며 “매년 하는 행사지만 책 판매량은 조금씩이라도 늘어나지 줄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6일 이 유치원에서 책을 사던 학부형 마리옹 씨는 “아이를 위해 필요한 책을 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내 주변을 봐도 가정 경제 상황과 어린이 책 구입 지출은 관계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서도 담임선생님이 2∼3개월에 한 번씩 10권 정도의 권장도서 목록을 만들어 학생에게 나눠준다. 그러면 각자 책을 선택해 구입한 뒤 읽고 나서 다른 학생의 책과 교환해가며 서로 나눠 읽게 하는 문화가 프랑스엔 정착돼 있다. 또 매 학년이 끝나는 6월에는 집에 있는 다 읽은 책을 학교로 가져와 저렴한 가격에 팔거나 기부하고, 또 사기도 하는 라통볼라라는 ‘책 바자회’가 정례화돼 있다.

어린이 도서에 대한 프랑스 학부형들의 관심은 11월 28일∼12월 3일 파리 외곽 몽트뢰유에서 열린 프랑스 최고의 어린이 도서전시회인 ‘2012 몽트뢰유 어린이 출판 도서전’의 뜨거운 열기로 다시 한 번 입증됐다. 28회째인 이번 도서전 기간 중 방문객은 16만1000명으로 지난해의 15만5000명보다 늘었다. 증가율은 4%에 불과했지만 유럽 재정위기의 암운이 프랑스를 덮치고 실업률이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서민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관람객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프랑스 언론은 적잖게 놀란 표정이다. 주간 렉스프레스 최신호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 ‘어린이 문학은 위기를 모른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전시회의 전체 주제는 ‘모험’이었다. 만화, 영화, 전자책 등의 전시장은 학생 관람객이 대거 몰리면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프랑스 어린이 도서 작가 250여 명이 하루에 수백 명씩 어린이 손님에게 책을 읽어주고 책에 대해 대화하는 ‘작가와의 만남’ 시간도 각광을 받았다. 대회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책 판매량이 6%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누벨옵세르바퇴르에 따르면 올해 어린이 도서 시장은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1년의 2.7%보다는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성장세를 구가하는 것이다. 2011년에 발간된 신간 어린이 도서는 1만1300종으로 전년보다 1000여 종 늘었다. 시장 규모는 5억6500만 유로(약 8004억 원)에 이르고 대략 7600만 권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조금 더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책 읽는 프랑스#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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