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근대건축물들 카페 변신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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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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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연결 프랜차이즈 구상도

1910년대 전남 나주 영산강 유역에 세워진 동양척식주식회사 영산포출장소 문서고. 붉은 벽돌로 지은 이 건물은 내년 초 갤러리로 새 단장을 해 개장할 예정이다. 영산나루 제공
1910년대 전남 나주 영산강 유역에 세워진 동양척식주식회사 영산포출장소 문서고. 붉은 벽돌로 지은 이 건물은 내년 초 갤러리로 새 단장을 해 개장할 예정이다. 영산나루 제공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에 올 8월 문을 연 카페 ‘팟알’은 1890년대 세워진 일본 하역회사 3층 건물을 옛 모습대로 복원한 공간이다. 원래 숙소였던 3층 다다미방에 올라가면 ‘오늘 밤 잔뜩 마시자’거나 남자 성기를 과장한 ‘19금(禁)’ 그림 등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이 남긴 낙서가 벽면에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곳에서 술 마시고 여자 얘기를 하던 그들은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로 배가 들어오면 일을 하러 내려갔을 것이다.

백영임 팟알 대표(49)는 이곳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노인으로부터 지난해 10월 이 집을 어렵게 사들였다. “부친이 이 회사의 직원이었다고 했어요. 집수리를 거의 하지 않아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죠. 제가 이 집의 가치를 알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 본 후에야 집을 파셨어요.” ‘팟알’이라는 이름은 팥빙수 팥죽 등이 이곳의 주요 메뉴라서 그 발음을 따 지은 이름이다. 1층은 카페, 2층과 3층은 갤러리와 세미나 공간 등으로 활용된다.

‘팟알’처럼 근대 건축물을 복원한 카페는 이곳 외에도 전국에 속속 생겨나고 있다. 독특한 옛 공간과 그 안에 켜켜이 쌓인 옛 이야기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나주 영산강 유역에 있는 카페 ‘영산나루’는 일제강점기 동양척식회사 영산포출장소를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올 초 출장소의 숙직실을 카페로 개조해 문을 열었고, 내년 초엔 문서고 공간도 갤러리로 새단장해 오픈할 예정이다. 주인인 이희정 씨(59)는 “영산강 자전거길 인근에 있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카페로 쓰이는 ‘팟알’의 1층 내부. 팟알 제공
카페로 쓰이는 ‘팟알’의 1층 내부. 팟알 제공
지난해 10월 문을 연 대구 삼덕상회는 일제강점기 공동 주택인 ‘장옥(長屋)’을 복원해 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카페 겸 숙박 시설인 전남 벌교 보성여관과 경북 울릉군 도동리 소재의 울릉역사문화체험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모두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건축물이다.

강임산 문화유산국민신탁 사무국장은 “근대 건축물을 활용한 문화시설들과 함께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연합회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공동 쿠폰을 발행하거나 공연, 전시 등도 함께 기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근대건축물#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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