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이 연출가 고선웅 ‘리어외전’으로 강남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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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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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와 명동 주름잡고 경기도 무대까지 ‘접수’
셰익스피어 원작 비틀어 속사포 대사 - 박진감 액션, 한국적 ‘오락비극’ 선보여
무대 디자인도 ‘비밀병기’… 12월 LG아트센터서 공연

뮤지컬 일색의 대형 공연장에서 드물게 연극 ‘리어외전’으로 관객몰이에 나선 극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 씨.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창작센터에서 배우들 연습 지도에 한창인 그는 “나이가 들수록 가화만사성이니 부자유친이니 하는 성현의 말씀이 새록새록 다가선다”며 “리어외전을 보시면서 연말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시게 하고싶다”고 연말 대극장 연극에 도전하는 포부를 밝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뮤지컬 일색의 대형 공연장에서 드물게 연극 ‘리어외전’으로 관객몰이에 나선 극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 씨.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창작센터에서 배우들 연습 지도에 한창인 그는 “나이가 들수록 가화만사성이니 부자유친이니 하는 성현의 말씀이 새록새록 다가선다”며 “리어외전을 보시면서 연말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시게 하고싶다”고 연말 대극장 연극에 도전하는 포부를 밝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간다 간다, 고선웅이 강남 간다. 대학로와 명동 주름잡고 경기도까지 접수한 고선웅이 강남 간다. 고선웅? 고선웅이 누구지? 불혹의 나이에 자기 스타일을 구축한 연극쟁이. 동갑내기 연극쟁이 장진 스타일에 필적할 자기 스타일을 구축한 ‘싸나이’. 그럼 고선웅 스타일은 또 뭔가. 숨 막히게 많은 대사, 속사포처럼 쏘아대고 심장마비 걱정될 정도로 배우들 땀범벅 만드는 스타일.

그런 아날로그 스타일로 강남 어디를 간다고? 테헤란로 한복판에 위치한 LG아트센터에서 연극을 올린다네. 뭐라고? 주소지에 ‘강남’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해외 공연자들이 너무너무 좋아한다는 그 LG아트센터? 그러게 말일세. 그것도 뮤지컬의 계절인 크리스마스 시즌에 겁도 없이 3주 넘게 ‘리어외전’이란 연극으로 뮤지컬 대작들과 맞짱을 뜬다네.

뭐라고? 리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라는 그 고리타분한 리어? 그렇다네, 그래도 반전(反轉)이 숨어 있으니까 너무 염려 마시게. Lear가 아니라 Rear여서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그런 리어왕이라네.

“400년 전 텍스트를 그대로 쓰면 저라도 지루해서 못 견디죠. 그래서 처음부터 3가지가 없는 리어왕으로 정했죠. 광야에서 미쳐 소리치는 리어가 없는 리어, 관객이 즉석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어릿광대의 선문답이 없는 리어, 지루하게 자식들이 차례로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기보다는 자기 손으로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리어.”

‘세 가지가 없는 리어’라 그럼 새로운 것은 도대체 뭐지? 정신줄을 놓진 않지만 자식들 때문에 유기노인 수용소에 버려진 뒤 복수를 위해 ‘몸짱’으로 변신하는 리어, 아버지 리어에게 밉보여 프랑스 왕에게 파혼당한 뒤 리어의 충신 글로스터 백작의 착한 아들 에드거랑 결혼하는 적극적인 코딜리어, 맏딸 거너릴의 우유부단한 남편에서 티베트의 성자로 변신하는 알바니, 리어를 수행하는 수다쟁이 어릿광대 대신 침묵 속에 리어 내면의 거울 역할을 하는 ‘거북이’ 그리고 극의 진행 중간중간 미주알고주알 논평을 내놓는 9명의 코러스라네.

아니 그걸 셰익스피어의 리어라고 할 수 있을까? 걱정 마시게. 고선웅은 2010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미래 범죄도시 조직폭력배 간의 권력다툼으로 뒤튼 ‘칼로 막베스’로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은 뒤 요즘 가장 잘나가는 연극쟁이가 됐으니까.

2011년에는 5·18 광주의 비극을 신파극 조의 말과 몸의 유희로 풀어낸 ‘푸르른 날에’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했다네. 올해는 재일교포 연극인 쓰가 고헤이(김봉웅) 원작의 ‘뜨거운 바다’로 화제를 불러모았지. 내년 5월에는 역시 강남에 위치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재개관 기념공연의 연출을 맡기로 했고 2014년에는 명동예술극장의 신작 의뢰를 받았다니 국내 주요 공연장의 무대를 석권하는 그랜드슬램도 머지않았다네.

그래도 감각적인 강남사람들이 볼거리 많은 대형 뮤지컬을 포기하고 유명배우 하나 없는 연극을 선택할까? 볼거리가 부족할 것이란 생각은 선입견이네. 고선웅과 호흡을 맞춰온 극공장소 마방진과 경기도립극단 소속 21명의 배우가 출연해 예의 속사포 대사와 박진감 넘치는 몸의 연기를 펼칠 테니까. 게다가 2010년 동아연극상(‘소설가 구보씨의 1일’)과 2011년 한국뮤지컬대상(‘모비딕’) 무대미술상을 수상한 여신동 씨가 무대디자이너로 참여해 관객이 깜짝 놀랄 만한 비주얼을 선사한다네. 여기에 조용필의 ‘허공’과 설운도의 ‘나침반’처럼 한국인에게 익숙한 노래와 감각적 춤을 가미해 비극이되 3시간 가까운 공연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오락비극’을 선보인다니.

: : i : :

‘뜨거운 바다’에 출연한 이명행과 이경미 외에 경기도립극단의 이승철, 마방진의 유병훈 조영규 호산 그리고 ‘오빠가 돌아왔다’의 선종남 등 고선웅 사단의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12월 12∼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3만∼7만 원. 02-2005-0114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고선웅#리어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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