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서 드라마와 영화를 통틀어 처음 남녀 주연으로 호흡을 맞춘 배종옥과 조재현. 연극열전 제공
무대를 좁혀 객석을 더 앉히고 이동식 탁자와 의자 몇 개를 놓은 것이 세트의 전부였다. 스타급 연기자를 앞세운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황재헌 작·연출)은 배우의 연기로만 승부하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여자 주인공 연옥 역에 배종옥 정재은, 남자 주인공 정민 역에 조재현, 정웅인이 번갈아 선다. 기자가 관람한 배종옥과 조재현 조합의 연기는 흠 잡을 데가 별로 없었다. 똑 부러지고 당찬 이미지의 배종옥은 극중 운동권 출신의 분쟁지역 전문기자 연옥과 잘 어울렸다. 뿔테안경을 쓰고 단정하게 머리를 빗어 넘긴 조재현은 사회현실에서 한발 뺀 체 책 읽기와 연애에 주력해 온 비겁한 지식인 정민 그 자체였다. 현실의 연인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듯한 사실감이야말로 이 연극의 최대 강점이다.
극중에서 과거의 연인이자 오랜 친구 사이인 연옥과 정민은 정민의 제안으로 매주 목요일 만나 미리 정한 주제로 얘기를 나눈다. 극 전개 방식은 루게릭 병으로 시한부 삶을 사는 모리 교수를 스포츠 기자가 된 제자 미치가 매주 화요일 찾아간다는 내용의 소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과 닮았다. 연옥도 위암에 걸렸다.
물론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삶의 지혜에 대한 것이 아니고 두 사람의 어긋난 연애의 역사, 그 속에서 얽히고설킨 서로에 대한 감정을 풀어내기 위한 과정이다. 두 사람의 연애사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또 한편으론 남녀 관계에서 누구나 겪는 오해, 어긋난 타이밍 같은 보편적인 요소가 있어 관객은 절반은 공감하면서, 또 절반은 흥미롭게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여운이 부족했다. 연기도 훌륭했고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쉽게 휘발됐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넓게 펼치기만 했지 한 지점을 정해 깊이 파고들지 못한 탓이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설정도 여운을 방해했다. 자기 생각을 글보다는 사진 찍기를 통해 표현하는 데 익숙한 연옥과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정민을 대비시키는데, 그렇다면 연옥은 어떻게 성공한 기자가 될 수 있었을까.
: : i : : 연극열전 시즌4의 마지막 작품이다. 12월 3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3만5000∼5만 원. 02-766-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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