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보면 볼수록 매혹적인 ‘미자’에게는 미심쩍은 미소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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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1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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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 중반 여성. 드레스 코드는 블랙에 붉은 꽃 장식. 일하는 유일한 이유는 호스트바 ‘미소년’을 만나기 위해서. 그의 원대한 꿈은 ‘미소년 잡지 편집장’.

이렇게 현실적이지도 않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 여성을 젊은 신인작가와 신인감독이 탄생시켰다. CJ문화재단이 신인 연극 창작자(작가, 연출)들의 신작 개발을 지원하는 CJ 크리에이티브마인즈 연극 부문의 첫 번째 작품이 막을 올렸다.

연극 ‘미자에게는 미심쩍은 미소년이 있다’의 여주인공 미자는 독특해 보이지만 언뜻 보면 평범한 캐릭터다. 단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쓸데없는 일임에도 매진하는 모습, 자신이 추구하는 자신을 반추하는 캐릭터를 보여줄 뿐.

땅콩 가게에서 일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미자는 여자와 함께 있는 남자를 ‘30점’ ‘85점’ 등으로 점수를 매기며 평가한다. 미자 주위에는 미자를 짝사랑해 느닷없이 프러포즈를 하는 대책 없는 휴대폰 가게 주인과 딸의 시집을 독촉하는 엄마 그리고 이단종교를 믿는 비디오가게 아줌마 등은 미자가 듣기 싫어하는 말만 해대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미자의 관심은 오로지 호스트바 ‘미소년’. 몸속에 가득 감춰놓은 전단지에 담긴 미소년을 바라보며 미자가 원하는 ‘미소년’을 상상한다. 그 미소년은 미자가 원하는 모든 것의 결정체이자 열정이다.

이렇게 ‘미소년’만 밝힌 미자에게도 사연은 있었다. 그도 처음부터 ‘미소년’만 열광적으로 좋아한 것은 아니다. 처음엔 미자도 일반인과 똑같은 사랑을 했다. 사랑에 상처받고 지친 미자는 ‘미소년 클럽’에 들어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미소년’을 찾는다. 하지만 그 역시 클럽에 고용된 직원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이후, 호스트바 ‘미소년’만이 아닌 삶에서 사랑을 찾으려 노력하는 미자의 모습이 보인다. 달라진 것을 확연히 볼 수 있는 점은 가게에서 더 이상 땅콩만을 팔지 않는다. 땅콩을 비롯해 초콜릿, 왕사탕 등 다양한 종류의 주전부리를 팔게 되고 소소한 일상에서 한 남자를 만나 연애를 시작하며 막을 내린다.

한 시간 남짓한 이 연극은 너무 짧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력이 강한 극이다. 주인공 미자 역에 배우 조아라는 큰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할 정도로 연기 몰입력이 대단하다. 또한 미자를 돋보이게 한 주변 인물 또한 캐릭터가 강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미자는 우리에게 숨겨진 열정을 찾으라고 말한다. 어쩌면 지친 현실에 살고, 누군가의 시선 때문에 발휘하지 못했던 우리의 열정을 빨리 찾으라고. 또한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일 뿐, 특이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혹시 자신이 특이하다고 생각하거나, 특이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제공|컴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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