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사극 뮤지컬? 망극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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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7시 00분


‘인당수에 빠진 춘향, 너무나 인간적인 이순신.’ 고전과 역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은 색다른 사극 뮤지컬이 대학로를 달구고 있다.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인당수사랑가’, ‘영웅을 기다리며’, ‘삼천’. 사진제공|스토리P·CenS·PMC프러덕션
‘인당수에 빠진 춘향, 너무나 인간적인 이순신.’ 고전과 역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은 색다른 사극 뮤지컬이 대학로를 달구고 있다.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인당수사랑가’, ‘영웅을 기다리며’, ‘삼천’. 사진제공|스토리P·CenS·PMC프러덕션
■ 고정관념 깨는 새 트렌드

영웅을 기다리며…어리숙한 이순신의 파격 변신
삼천: 망국의 꽃…‘일당삼천’ 궁녀는 실존인물?
인당수 사랑가…‘심청+춘향=심춘향’ 이색

‘비틀고’, ‘짜집고,’ ‘뒤집은’….

우리의 역사 상식이나 통념에 도전하는 색다른 사극 뮤지컬이 공연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작품들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해 재해석하고, 추앙받는 위인을 망가뜨리는 발칙한 실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삼천: 망국의 꽃’, ‘영웅을 기다리며’, ‘인당수 사랑가’가 요즘 눈길을 끄는 새로운 트렌드의 사극 뮤지컬들이다.

● 난중일기에 없는 이순신의 미스터리 행적

서울 동숭동 대학로 무대에서 공연 중인 ‘영웅을 기다리며’에서 ‘영웅’은 바로 이순신 장군. 하지만 작품 속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엄숙하고 위대한 ‘성웅’의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관객은 얼핏 옆집 아저씨를 연상시키는 친근하면서 조금 어수룩해 보이기까지 하는 ‘새로운’ 이순신과 마주할 각오를 해야 한다.

‘영웅을 기다리며’의 이순신은 개그맨 뺨치는 몸 개그와 거침없는 입담으로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난중일기에 없는, 이순신의 미스터리한 3일간의 행적이 작품의 뼈대를 이루는 소재다. 일본 무사 사스케에게 납치된 이순신은 고구마 하나에 목숨을 구걸하고, 걸쭉한 사투리로 거침없이 육두문자를 내뱉고 최신 유행음악에 맞춰 셔플댄스까지 추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2008년 창작팩토리 우수뮤지컬제작지원 최우수작으로 2009년 1월에 초연했다. 2012년 다시 한국뮤지컬협회의 ‘올해의 창작뮤지컬지원작’으로 선정됐다. 31일까지 서울 동숭동 PMC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 백제 ‘삼천궁녀’는 원래 한 명?

‘삼천: 망국의 꽃’은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수많은 늘씬한 미녀들이 등장하는, 섹시하면서도 스펙터클한 장면을 기대한 관객은 실망할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삼십 명의 궁녀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역사 속 삼천궁녀를 3000명이 아닌, 현재, 과거, 미래를 뜻하는 불교 용어인 ‘삼천’(三天)의 이름을 가진 단 한 명의 궁녀로 비틀어 해석하는 재치를 발휘했다.

제작진은 신라장군 김유신과 백제의 간신 임자에 의해 궁에 들어와 의자왕을 현혹시켰다고 알려진 금화라는 실존인물에서 착안해 ‘삼천’이라는 이름의 궁녀를 탄생시켰다. 이어 그녀와 얽힌 인연, 사건으로 인해 백제가 멸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26일부터 2013년 1월 20일까지 서울 동숭동 문화공간 필링1관에서 공연한다.

● 심청전이야, 춘향전이야? 헷갈리네

‘인당수 사랑가’는 ‘어른들을 위한 발칙한 동화’를 표방한다. 이 뮤지컬은 너무나 친숙한 ‘춘향전’과 ‘심청전’을 혼합해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주인공의 이름도 ‘심청’과 ‘춘향’을 섞은 ‘심춘향’이다.

기생의 딸이 아닌 눈먼 아비를 봉양하는 효녀 심춘향의 사랑, 이런 춘향을 만나 소년에서 사내로 성장해가는 몽룡, 여기에 인생의 허무함을 아는 쓸쓸한 중년사내 변학도가 나타난다. 물론 두 고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캐릭터 방자와 뺑덕네가 등장한다.

인형극, 판소리, 무용극 등 다양한 장르를 섞어 넣어 볼거리도 쏠쏠하다. 2002년 초연된 이래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11월 4일부터 12월 2일까지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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