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은 펑크록 시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옐로우 몬스터즈, 10월 서울 서교동서 ‘코리안 펑크 스타일’ 선보여

3인조 펑크록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왼쪽부터 이용원, 최재혁, 한진영)는 “무대에 올라가면 자신을 놓아버린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3인조 펑크록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왼쪽부터 이용원, 최재혁, 한진영)는 “무대에 올라가면 자신을 놓아버린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쉴 틈 없이 질주하는 드럼과 베이스, 절규하는 보컬과 휘갈기는 기타. 펑크록은 용광로처럼 뜨겁게 펄떡댄다.

커피향 나는 재즈나 어울리는 줄 알았던 가을인데, 올가을은 펑크록에 주목해야 한다. 록 음악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장르의 떠들썩하고 뜨거운 기운이 여기저기서 솟아오른다.

최근 동시대 펑크록의 제왕으로 꼽히는 미국 밴드 그린 데이가 3년 만에 새 앨범 ‘우노!’를 내고 컴백했다. ‘펑크록의 원시적인 에너지로 돌아갔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록 음악사의 명반으로 꼽히는 영국 펑크록 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유일한 정규 앨범 ‘네버마인드 더 볼록스, 히어스 더 섹스 피스톨스’(1977년)는 발매 35년 만에 전곡의 음질이 개선돼 최근 재발매됐다.

달달한 모던록이나 포크팝에 조명이 집중됐던 한국 인디 음악 판에서도 펑크록의 열기가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펑크록은 1990년대 중반, 서울 홍익대 앞을 중심으로 국내 인디음악계가 형성될 때 그 주축이 됐다.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 같은 곡의 파장은 주류 음악계에까지 미쳤지만 펑크록에 대한 관심은 예전 같지 않다.

5일 오전 11시 서울 서교동의 한 건물 지하. 3인조 펑크록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의 이용원(보컬, 기타), 한진영(베이스), 최재혁(드럼)이 합주 연습을 위해 모여 있었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정교한 연주와 질주감에 웬만한 가요를 능가하는 서정적인 멜로디 작곡력으로 정평이 난 이들은 10월 한 달간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킵 잇 리얼’이라는 연속 공연(2만∼2만5000원, 패키지 티켓 8만 원·02-330-6212)을 연다. 스트라이커스, 99앵거, 13스텝스, 아폴로18, 럭스 등 펑크의 에너지를 탑재한 국내 대표 밴드들이 게스트로 참여한다. 국내 펑크록에 대한 대대적인 재조명이다.

옐로우 몬스터즈 멤버들은 “펑크는 자신의 생각을 꾸밈없이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삶의 태도”라고 했다. 이용원은 “1970년대 영국의 백수들이 무력한 정부를 비판하며 무정부주의와 폭동을 주창한 데서 나온 게 펑크”라면서 “펑크록 안의 다양한 음악 스타일도 저항과 DIY(Do It Yourself·‘스스로 하라’·펑크록의 중심 정신)라는 태도로 묶인다”고 했다.

옐로우 몬스터즈도 DIY를 실천 중이다. 2010년 데뷔 때만 해도 소속사가 있었지만 지난해 자신들의 음반사(올드레코드)를 세워 직접 운영하고 있다. 연중 200회가 넘는 공연을 소화하면서도 장비를 직접 옮기고 기획과 MD상품 판매도 스스로들 한다.

“‘나는 가수다’ ‘톱밴드’ 등 TV 프로그램 섭외도 많이 들어왔지만 좋은 음악을 만들어 라이브 무대에서 들려주면서 천천히 팬을 늘리고 싶어 고사했어요. 그렇게 해야 지속력과 힘을 가질 수 있죠.”(최재혁)

이들은 최근 ‘강남스타일’로 인기를 끈 싸이에게서도 펑크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자기 식대로 밀고 나간 게 독특한 스타일이 됐고 세상을 흔들고 있잖아요. 한국 펑크 밴드들도 그렇게 될 수 있어요.”(이용원)

올가을 펑크록의 열기에 빠져보고 싶은 이들, 뭘 준비하면 좋을까?

“물 준비하시고, 밖엔 추워도 (공연장) 안은 더우니까! 복장은 가벼울수록 좋아요. 사실 딱 한 가지만 가져오시면 돼요. 바로 오픈 마인드!!”(한진영)

*옐로우 몬스터즈 멤버들은 인터뷰를 끝내며 펑크록 초심자도, 마니아도 들어볼 만한 앨범 6개를 추천했다. 각각의 앨범 옆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읽으면 음반의 대표곡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대중음악#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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