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지루했지만 마지막 장면은 꽤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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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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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 ‘작전구역’ ★★★☆

피에르 리갈의 신작 ‘작전구역’은 무용보다는 행위예술에 가까웠다. 장면 하나하나의 시각적인 효과가 강렬했다. LG아트센터 제공
피에르 리갈의 신작 ‘작전구역’은 무용보다는 행위예술에 가까웠다. 장면 하나하나의 시각적인 효과가 강렬했다. LG아트센터 제공
프랑스 안무가 피에르 리갈이 국내 무용수들과 함께 제작해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14, 15일 선보인 신작 ‘작전구역’은 현대무용의 경계를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생경한 장면들에 공연 중간 자리를 뜨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시작은 잔뜩 궁금증을 자아냈다. 무대는 금속 느낌의 천을 동원해 미래 어느 시점의 폐허 같은 분위기를 냈다. 전광판과 무대 양쪽에 설치된 기계 장치, 우주인 복장의 인물들이 SF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공연은 전통적인 춤보다는 시각적인 이미지에 더 방점이 찍혔다. 외계인 또는 미래 시대의 과학자가 인간 또는 괴이한 생명체들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듯한 설정이었다. 초반에 무대 중앙의 인간들은 두 눈이 붉은빛으로 빛나고 머리털이 얼굴 앞쪽까지 치렁치렁 덮고 있는 괴물 같은 모습이었는데 중간에는 보통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가 나중엔 로봇처럼 움직인다. 다양한 안무 동작 중 가장 비중이 컸던 동작은 9명(남자 5명, 여자 4명)의 무용수가 총을 들고 몸을 공중으로 날려 격렬하게 전투하는 장면이다.

장면들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대 위에 설치된 작은 전광판에선 ‘생명체들의 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제어에 대한 지속적 저항이 감지됩니다’ ‘고래들이 수중음파 탐지기의 소음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같은 자막이 흘러 관객의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장면 장면의 의미가 연결되지 않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함이 가중됐지만 마지막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외계인들처럼 보였던 존재들이 쓰고 있던 헬멧을 벗자 공연 초반의 괴물 같은 인간 모습이 드러났다.

육상 선수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안무가 피에르 리갈은 “재미있으면서도 은유적인 방법으로, 파괴를 위해 용기와 희생의 미덕을 요구하는 전쟁의 패러독스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공연을 시작하기도 전에 유럽에 판매돼 11월 9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프랑스와 스위스의 10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한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작전구역#현대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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