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수도권 호텔방 올해 6300개 부족… ‘무박 2일 서울여행’ 코스 생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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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 불편한 한국’ 벗어나려면

이러다간 한때 20, 30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무박 2일 도쿄여행’의 서울버전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물론 여행객들이 ‘젊음의 특권’을 누리고 싶다든지, 실속 여행을 선호하는 것이라면 굳이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잘 곳이 없어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생각해 보라. 여행객 대부분은 갈 곳(나라, 도시)이 정해지면 우선 항공권 예약을 하고, 그 다음으로 숙소를 찾는다. 여행사를 통하더라도 항공 스케줄과 숙소만큼은 꼼꼼하게 챙겨 보는 경우가 많다. 여행에 있어서 휴식은 그만큼 중요하다. 또 숙소가 아무리 좋아도 방문지에서 멀면 소용이 없다. 이동시간이 너무 길면 여행의 즐거움 대신 짜증만 날 뿐이다. 이런 불만들이 쌓이다 보면 ‘한국은 여행하기 불편한 나라’라는 불명예를 안을 수밖에 없다.

○ 부족해도 너어∼무 부족해

“숙소가 부족하다”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자 관광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당연히 비상이 걸렸다. 2010년에 이어 올해 7월에도 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정책방안이 발표됐다. 권태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수도권 관광숙박시설 수급분석’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연구다.

보고서는 수도권 지역 관광호텔의 평균 객실점유율을 80%라고 가정할 때, 올해 6300여 개의 객실이 부족하고 2015년에 겨우 수급균형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관광객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면 객실 부족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을 찾는 해외관광객은 매해 크게 늘어나고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외국인관광객은 634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8% 늘어났다. 7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월간 관광객 100만 명을 넘겼다. 특히 중국인이 한 달간 32만3000명이 방한해 일본인(29만9000명)을 처음 앞질렀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그 외 아시아 관광객의 급증도 눈에 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의 관광호텔은 542개, 객실 수는 6만5395개(지난해 12월 말 기준)다. 이들이 판매할 수 있었던 객실 수는 지난 한 해 동안 2380만 개 정도. 이 중 1550만 개의 객실이 팔려 전국 평균 객실이용률은 65.1%였다.

그렇지만 진짜 문제는 지역별 편차에 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는 무려 80.7%의 객실이 팔렸고, 인천과 제주의 객실 판매율 역시 각각 78.4%, 73.6%로 매우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같은 수도권이라 해도 경기 지역은 판매율이 64.5%로 오히려 평균을 하회하는 수준이었다. 다른 지역은 객실 판매율이 40∼50% 수준에 불과해 외려 손님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 양도 좋지만 질이 우선이다

서울 같은 곳에서는 숙박시설을 늘리는 것이 큰 도움이 될까. 의외로 무조건 그렇지는 않다. 여행객들이 어떤 등급, 어떤 특징의 시설을 원하는지에 따라 숙박시설의 실제 이용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전국 특급호텔 135개 중 40개(29.6%)가 몰려 있지만, 1등급 호텔(20.7%)과 2, 3등급 호텔(17.8%)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중국 관광객들의 경우 1등급 호텔을 가장 선호하지만 가격이 비싸 2, 3등급 호텔을 주로 이용한다. 1등급을 고집하려면 인천이나 경기도 등 인접 지역으로 이동해 숙박해야 한다. 반면 경기도에는 70개 호텔 중 특급호텔이 6개뿐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펴낸 ‘경기도내 호텔의 수급불균형 현황과 대응방안’에 따르면 경기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객은 대부분 사업차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그들 대부분은 경기도가 아닌 서울에서 묵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 놀러온 이들은 경기도에 가서 자고, 경기도를 찾은 사람들은 서울에 숙소를 잡는다는 말이다. 이쯤이면 어디에 어떤 호텔을 지을지 답이 나온다.

일본인의 경우 값비싼 호텔을 이용하는 데 특별한 거부감이 없지만, 강력하게 머물기를 원하는 위치가 몇 곳 있다. 젊은층이 많이 찾는 명동이나 동대문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서울의 관광호텔 공급방안을 마련하는 입안자들이 향후 시설 위치와 등급을 결정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실이다.

물론 ‘일본인은 특급, 중국인은 1, 2등급’이라는 선호도가 언제까지나 이어질 거란 보장도 없다. 권태일 책임연구원은 “수급계획을 세울 때는 현재의 관광객들이 어떤 숙박시설을 선호하는지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당장의 대책을 세우는 것 이외에 미래를 내다본 거시적인 수급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여행#숙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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