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뮤지컬계 뒤흔들 ‘천재 아줌마’ 번개맨 타고 등장

  • Array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 올여름 독보적 히트 ‘번개맨의 비밀’ 제작자 윤현진씨
공연 대본 쓰면서 작사 작곡… 등장 노래 12곡 2주만에 뚝딱
1993년부터 어린이집 운영, 2004년엔 ‘올챙이송’ 만들어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번개맨의 비밀’ 출연진과 함께한 윤현진 대표(가운데 앞). 윤 씨는 이 공연에 쓰인 12곡을 2주 만에 완성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번개맨의 비밀’ 출연진과 함께한 윤현진 대표(가운데 앞). 윤 씨는 이 공연에 쓰인 12곡을 2주 만에 완성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올여름 공연계 최고 히트작은 단연 가족뮤지컬 ‘번개맨의 비밀’이다. 20일까지 유료객석 점유율 80.7%를 기록하고 있다. 90% 안팎의 객석점유율을 자랑하는 뮤지컬도 있다지만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돔 아트홀(유효객석 1620석)에서 평일과 일요일에는 하루 2회 공연, 토요일 3회 공연하는 걸 감안하면 티켓 판매량에서는 대적할 공연이 없다. 22일 현재까지 티켓 예매사이트 인터파크 공연 월간랭킹 1위. 그 뒤로 대작 뮤지컬 ‘잭더리퍼’, ‘시카고’, ‘위키드’, ‘라카지’를 거느리는 모양새다.

놀라운 것은 이 ‘번개맨…’이 공동 제작사인 EBS나 힘컨텐츠가 정식 무대에 올린 첫 뮤지컬이라는 점. EBS가 힘컨텐츠에 공연 제작을 제안한 시점이 올해 4월 중순이었고 두 회사가 제작에 나선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공연을 완성했다는 건 더 놀랍다.

짧은 시간에 제작해 대성공을 거둔 데는 EBS의 오정석 프로듀서(45)가 ‘천재’라고 치켜세우는 윤현진 힘컨텐츠 대표(46)의 역할이 크다. 윤 씨는 EBS 프로그램 ‘모여라 딩동댕’의 인기 캐릭터인 번개맨의 탄생 비화를 줄거리로 대본을 썼고 전체 16곡의 뮤지컬 넘버 중 12곡을 불과 2주 동안 작사 작곡했다. 번개맨이 워낙 인기 캐릭터였고 EBS에 대한 부모들의 신뢰도가 높았다지만 공연 자체의 만족도가 낮았다면 공연 기간 내내 흥행이 유지되진 못했을 일이었다.

윤 씨도 “EBS의 캐릭터가 워낙 잘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살을 붙여 이야기를 만들기 수월했다”며 공을 EBS에 돌렸다. 그렇다고 해도 노래를 만드는 데 윤 씨가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번개맨…’의 노래들은 이야기에 부합하는 쉬운 가사들이 귀에 쏙쏙 꽂힌다. 멜로디도 흥겨워 공연장에서만 판매하는 음반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윤 씨는 2004년 국민동요로 불린 ‘올챙이 송’의 작사 작곡자로 각광받았던 주인공이다.

“음악에 소질이 있어 음대에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 반대로 스페인어과를 갔죠. 평생 어린이집을 운영하신 어머니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졸업 뒤 은행에 취직하고서도 첫 아이를 가진 뒤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어린이집 운영으로 마음이 기울었어요.”

1993년 경기 과천에 문을 연 어린이집을 윤 씨는 아직도 운영 중이다. 어린이집에서 쓰려고 지금까지 100곡이 넘는 곡을 만들었는데 ‘올챙이 송’도 그중 하나였다. 유아교육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2002년부터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유아음악 전공 석박사 통합 과정을 밟았다. 그 3년 동안 100편 넘게 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윤 씨의 인생을 다시 바꿔놓았다.

“‘라이언 킹’이 특히 좋았어요. 왜 우리는 정말 가족 뮤지컬다운 뮤지컬이 없을까. 왜 우리 이야기의 공연을 하지 못하고 만날 외국 작품만 공연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2010년 직접 써 본 뮤지컬 대본 ‘웨딩 앤 캐쉬’가 그해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자 본격적인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월 직원 2명으로 이뤄진 공연기획제작사 힘컨텐츠를 만들어 그해 3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시범 공연을 했다. 올해 기획한 뮤지컬 ‘내 인생의 특종’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됐다.

성인 뮤지컬과 가족 뮤지컬 제작을 병행하려던 윤 씨의 계획은 이번 공연의 대성공으로 오히려 차질을 빚을 것 같다.

“지방공연, 올 연말 기획 공연 등 제안이 너무 많아요. 내년 여름 공연을 꼭 해달라고 요청한 공연장도 있어요. 앞으로 EBS의 ‘모여라 딩동댕’에 등장하는 남은 7개의 캐릭터들을 각각 뮤지컬로 제작해 매년 선보이고 싶은 계획도 있고요.”

다른 어린이 공연 제작자들이 들으면 한숨이 나올 만하다. 26일까지. 2만∼5만 원. 02-507-7115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가족 뮤지컬#번개맨의 비밀#윤현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