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교수 “옛 신문광고는 서민의 삶 그 자체”

  • Array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 본보에 ‘김병희의 광고TALK’ 연재

본보에 ‘김병희의 광고TALK’를 연재하는 김병희 서원대 교수. 그는 옛 신문광고에 담긴 서민들의 세밀한 삶을 추적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본보에 ‘김병희의 광고TALK’를 연재하는 김병희 서원대 교수. 그는 옛 신문광고에 담긴 서민들의 세밀한 삶을 추적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일제강점기에 살았던 사람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억눌려 지냈을 거라고 생각들을 하죠. 하지만 당시 신문광고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아요. 그때 사람들도 예쁘게 화장하고, 옷도 사 입고, 맛있는 외식도 하고, 발기부전치료제까지 샀습니다. 지금 우리 삶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는 게 놀랍죠.”

4월 25일부터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김병희의 광고TALK’를 연재하고 있는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48).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인 세창양행 광고(한성주보, 1886년 2월 22일)로 시작한 ‘옛 광고 다시 읽기’는 요즘 동아일보 창간 이후인 1920년대 신문광고로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가 100여 전 신문광고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얼까.

“광고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수단을 넘어서 하나의 콘텐츠나 대중문화 텍스트가 되고 있죠. 옛날 광고도 마찬가지예요. 1920년대 제생당약방의 광고에는 치마와 신발을 똑같이 맞춰 나들이 나온 모녀가 등장해요. 그런데 이런 모습은 요즘 거리에서도 볼 수 있죠. 광고를 통해 역사의 유사성과 반복성을 살펴볼 수 있는 거예요.”

김 교수는 이처럼 옛 신문광고를 통해 미시적인 역사를 추적할 수 있다고 했다. 정통 역사서가 왕을 비롯한 정권의 변천을 거시적으로 그렸다면, 대중을 상대로 한 신문광고에서는 서민들의 삶을 세밀히 살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세기 전 신문광고는 다방, 병원, 약국, 미술관의 손님 유치 광고에서부터 유성기, 석유, 담배 등 제품 광고까지 다양하다. 술집 도우미의 봉사료나 발기부전치료제 효능을 부풀린 ‘과장 광고’도 있다.

“심지어 바람난 자기 마누라를 찾아 달라는 광고까지 있었어요. 옛날 광고를 통해 우리 조부나, 증조부가 살아왔던 시대 또한 역동적이고 흥미로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986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광고회사 선연 등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김 교수는 2000년부터 서원대 광고홍보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목욕을 하던 엄정화가 검은색 개에 끌려왔던 라이코스코리아의 광고가 그의 현역 마지막 작품. “광고는 동시대의 유행을 앞서 가야 하는데, 너무 앞서서는 안 되고 반 발, 한 발 정도 빠른 게 좋다”고 말하는 그는 최근 주목하는 광고로 개그맨 김준현이 나오는 것들을 꼽았다.

“김준현은 비만을 연기력으로 커버한 케이스예요. 그가 ‘훌쭉하다’고 말할 때는 실제 훌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연기를 잘하죠. 요즘 광고의 대세인 ‘펀(fun)’ 요소에도 충실해 광고 효과가 커요.”

김 교수는 광고가 모든 사람에게 자연스레 노출되는 측면이 있지만 차별적 요소도 있다고 지적했다. 100여 년 전 신문에 실렸던 광고가 문맹률이 높았던 당시 일부 계층에는 ‘그림의 떡’이었던 것처럼 최근 다양해지고 있는 모바일·인터넷광고들은 정보기술(IT)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접하기 어렵다는 것. 그럼에도 광고만큼 당대 사람들의 풍경을 사실적이고 다양하게 전하는 ‘사료’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앞으로 1930년대, 40년대를 넘어 광복 후 광고도 꼼꼼히 살펴보려 합니다. 최근 신문광고까지 분석해 신문광고를 통해 본 한국의 현대 문화사를 그려내고 싶습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병희#신문광고#김병희의 광고TALK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