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 역 박준혁(왼쪽)과 모리 역 이호재의 2인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공극단 컬티즌 제공
연극의 주인공은 단 2명. 1997년 발표된 베스트셀러 논픽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주인공 모리 슈워츠 교수(이호재)와, 그 제자로서 둘의 사연을 책으로 엮은 작가 미치 앨봄(박준혁)이다. 원작이 워낙 유명해 관객 중 상당수는 이미 그 내용을 꿰뚫고 있다.
잘나가는 30대 스포츠 기자가 루게릭 병으로 죽어가는 70대 옛 스승을 만나 매주 화요일 일대일 강의를 들으며 무한경쟁 사회에서 성취욕에 취해 잃어가던 삶의 진정한 의미에 눈뜨게 된다는 내용이다. 연극의 성패는 이 익숙한 이야기를 압축된 시공간에 단 2명의 배우로 얼마나 생동감 넘치게 풀어내느냐에 있다.
모리 역의 이호재 씨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귀에 착착 감기는 화술과 정확한 연기 타이밍으로, 죽음 앞에서도 평소의 소신을 놓지 않으면서 이를 유머 넘치게 풀어가는 ‘보스턴의 현자’를 구현해냈다. 떨리는 손으로 음식을 간신히 섭취하고, 빨대에 의지해 겨우 물을 마시는 몸의 연기는 장면 전환을 위한 암전시간에도 이어졌다. 어둠 속에서도 그는 손으로 발을 하나씩 옮겨놓으며 힘겨운 동선을 그려냈다.
미치 역 박준혁 씨의 화술은 다소 불안했지만 뚜렷한 캐릭터 연기로 상대방의 연기를 뒷받침했다. 성우 송도순 씨의 아들로 주로 TV 드라마에서 활약한 그는 전반부보다는 후반부로 갈수록 높은 몰입도를 보여줬다.
연극의 화룡점정은 후반부, 미치의 아내 제닌의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재즈가수 유효림 씨의 노래다. 영화 ‘디어 헌터’의 주제곡 ‘카바티나’에 가사를 붙인 ‘히 워즈 뷰티풀’을 ‘유 아 뷰티풀’로 개사한 유 씨의 맑은 노래 소리에 객석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쳤다.
모리(Morrie)란 이름은 죽음을 뜻하는 라틴어(Mori)와 발음이 같다. 죽음을 떠올리며 후회 없는 삶을 살라는 그의 가르침은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와 공명한다. 영국 전래동요에 따르면 화요일에 태어난 아이는 은총을 많이 받은 아이다. 따라서 작품 제목은 죽음을 은총으로 바꾸는 힘, 사랑이 된다. : : i : : 최용훈 연출.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3만5000원. 02-765-5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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