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헬기 탱크 건담… 키덜트의 토이스토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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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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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장난감 핫 아이템 5

장난감을 좋아하는 어른, 이른바 키덜트(kid+ adult)의 존재는 이미 구문이다. 그동안 열심히 ‘내공’과 동호인 수를 늘려온 키덜트들은 이제 소비문화 자체를 좌우하는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들이 선호하는 장난감이 갈수록 더욱 다양해지고 ‘고도화’되는 건 당연한 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 몰에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어른 장난감 전문매장 ‘토이앤하비’와 함께 장난감이라고 무시하면 큰코다치는, 요즘 키덜트들의 핫 아이템 5가지를 만나봤다.

①항공촬영도 되는 헬기

‘AR드론2’는 날개 4개로 나는 헬리콥터, 즉 쿼드콥터다. 가장 신기한 것은 별도의 조종기 없이 스마트폰으로 조종이 가능하다는 점. 게다가 기체에 달려 있는 카메라로 ‘항공촬영’을 할 수도 있다.

이 제품은 장난감을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기기 얼리어답터들도 손꼽아 기다려온 물건이다. 가격은 48만 원으로 만만찮다. 하지만 지난주 국내에 처음 수입된 물량 150대가 광고 한 번 없이, 입소문만으로 나흘 만에 매진됐다.

전원을 켜면 기체 주변에 반경 30m 정도의 와이파이존이 생겨 기체와 스마트폰 사이의 통신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미리 스마트폰에 받아놓은 조종용 앱을 켜면 준비 완료. 조종도 크게 어렵지 않다. 사용자가 조종간에 손대지 않으면 드론이 자동으로 지면과 수평을 유지하며 한 자리에 떠 있게 하는 기능도 있다.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찍어 스마트폰에 무선 전송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어 초보적인 수준의 항공촬영도 가능하다. 유료 조종 앱을 구입하면 스마트폰 화면에 뜬 실제 지형에 가상 폭격도 할 수 있다.

②건축가의 꿈, 레고로 채우다

‘레고 아키텍처’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백악관, 구겐하임미술관, 부르즈 칼리파 등 세계 여러 도시를 대표하는 다양한 건축물을 당신이 직접 만들어볼 수 있게 해 준다. 정교한 건축물의 모습과 디테일은 장난감에 관심이 없는 이들의 시선마저도 단숨에 사로잡을 정도.

아키텍처 시리즈에는 올해로 창사 80주년을 맞은 레고가 한국 팬들에게 보내는 선물도 담겨 있다. 바로 한국의 국보 1호인 숭례문이다. 아키텍처 시리즈의 가격은 2만9000∼25만9000원이다.

③차체의 미묘한 떨림까지 재현

무선조종자동차(RC카)는 돈이 많이 드는 어른용 장난감의 대명사다. 아웃도어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은 도요타 ‘하이럭스’ 트럭을 축소(실제의 10분의 1)한 제품의 가격은 차체만 58만5000원. 여기에 배터리와 송수신기 등 기본 장비를 사는 데 추가로 10만 원 정도가 든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차량의 헤드라이트와 방향표시등 점멸, 시동음과 클랙슨 소리 구현 등 세밀한 추가 기능을 원한다면 49만4000원을 주고 ‘멀티 펑션’을 사야 한다. 멀티 펑션에는 RC카가 움직이거나 정지했을 때 실제 차량과 같은 떨림(바이브레이션)을 느끼게 해주는 기능도 들어 있다.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탱크도 몸값이 좀 착하지 않은 케이스. 비싼 제품은 한 대에 15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최근 인기 있는 고가의 제품들은 포탑의 회전은 물론이고 포탄을 발사할 때 생기는 차체의 반동까지 그대로 재현해 낸다. 적외선 센서를 장착한 탱크끼리는 워 게임도 할 수 있다.

④건담 모형에도 유행이 있다

로봇 건담 시리즈는 1979년 TV 방영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어 왔다. 일본 반다이의 건담 캐릭터 프라모델 역시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시대별, 연령별로 선호하는 캐릭터가 다르다는 점.

최근 가장 잘나가는 제품은 유니콘 건담 2호기 ‘밴시’다. 밴시는 지난달 공개된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유니콘(UC)’ 5화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다. 밴시의 프라모델은 반다이의 관행에 따라 애니메이션 공개 두 달 전인 3월에 발매돼 지금까지 수천 세트가 팔려 나갔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마스터그레이드(MG·위로부터 두 번째 등급) 제품 가격은 7만1500원이다.

정통 건담의 원조인 ‘퍼스트 건담 RX-78-2’(MG 가격 4만1600원)는 19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30대 이상 고객들이 꾸준히 찾는 모델이다. 반다이의 건담 시리즈는 본드 없이 조립이 가능할 만큼 정교하게 만든 게 특징이다.

⑤재테크로도 인기 높은 피겨

피겨(관절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인간 또는 동물 형상의 장난감) 자체도 비싸지만 배경 위에 피겨를 올려놓고 역사적 장면을 재현하는 디오라마는 한 세트 가격이 최소 수백만 원에 이른다. 히스토리킹덤이 추천한 ‘사막의 여우, 독일 롬멜 장군 전차부대’ 디오라마의 판매가격은 무려 800만 원대. 플라스틱 대신 피겨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 소재(폴리레진)를 쓴 데다 전문가가 보름 넘게 일일이 수작업으로 페인팅을 한 인건비가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30, 40대 수집가가 적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피겨가 재테크 수단으로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수작업을 거쳐야 하는 제품 특성상 한정 생산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단종된 후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는 게 일반적이다.

히스토리킹덤의 한 관계자는 “피겨 구매자 중에는 역사에 대한 이해가 높고 수입이 많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키덜트#장난감#핫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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