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꽃과의 대화]여름초화, 큰 화분에 모아심으면 시기별로 다채로운 꽃밭 즐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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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여름 초화인 꽃베고니아를 골드크레스트(뒤쪽) 및 아이비(양 옆)와 함께 모아심기한 모습.
대표적 여름 초화인 꽃베고니아를 골드크레스트(뒤쪽) 및 아이비(양 옆)와 함께 모아심기한 모습.
신록의 계절이 지나고 벌써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했다. 이는 하루 중 최저온도가 10도 이상이 되어 고추, 토마토, 가지 같은 열대, 아열대 원산 식물들을 기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지금 꽃시장이나 화원에 가면 화려한 열대, 아열대 꽃식물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페튜니아, 샐비어, 꽃베고니아, 임페이션스가 대표적이다. 가로변 화단엔 아직 온대 원산의 팬지가 남아 있긴 하다. 그러나 곧 열대, 아열대 원산 식물들한테 자리를 내주고 사라지리라.

○ 화려한 여름 초화의 계절이 오다


우리나라는 온대 기후대에 속하지만 5∼10월의 온도는 열대, 아열대의 그것에 가깝다. 게다가 비까지 많이 오니 토마토나 페튜니아 같은 식물한테는 고향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열대, 아열대 식물은 온대지방 식물에 비해 꽃이 화려하며 개화기도 길다. 일반 가정에서도 관리만 제대로 해준다면 10월까지 풍성한 꽃들을 계속 감상할 수 있다.

열대, 아열대 원산의 여름 초화는 공통적으로 물과 비료를 매우 좋아한다. 페튜니아나 샐비어는 햇빛을 무척 즐긴다. 국화과 여름꽃 삼총사인 마리골드, 백일홍, 금잔화도 햇빛을 매우 좋아하는데, 국화 모양의 꽃이 단정하게 피고 지기를 계속한다. 그렇지만 꽃베고니아는 아침 한나절만 햇빛이 비치는 동향에 심어 기르는 게 좋다. 아프리카에서 온 임페이션스는 ‘울 밑에 선 봉선화’의 친척이기 때문에 직접 햇빛이 닿지 않는 음지쪽에서 더 잘 자란다.

이들 식물을 기를 때는 큼지막한 화분에 용기정원(container garden)을 만들어 여러 꽃식물을 모아 심는 것도 좋다. 용기정원은 시기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줘 사람들이 지루해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모아 심기의 기본은 ‘주역’인 화려한 꽃이 피는 식물과 위로 쭉 뻗어 자라는 꽃식물, 늘어지게 자라는 꽃식물, 그리고 사이사이를 채워주는 잎 색이 아름다운 채움식물을 알맞게 배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작은 공간에서도 자신만의 정원을 연출할 수 있다. 모아심기 기법은 최근 가로변의 꽃 장식에도 도입되고 있으니 길가에 멋진 용기정원이 있다면 참고해 보자.

한 가지 식물을 심는 것도 좋지만, 사각형이나 원형, 띠 모양 같은 단순한 디자인은 피하는 게 좋을 듯싶다. 이런 디자인은 자칫 단조롭거나 인위적인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자연계에는 큰 나무와 작은 나무, 위로 쭉 뻗어 자라는 풀과 옆으로 퍼져 자라는 풀 등 다양함이 있어 아름답지 않은가.

○ 가지치기 해줘야 건강하게 자라

여름 초화들의 꽃을 여름 내내 계속 감상하려면 약간의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장마철 전후에 많이 자란 줄기를 솎아내 잎끼리 서로 닿지 않게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온다습한 시기에 병충해가 생기기 쉽다. 또 꽃이 계속 피기 때문에 시든 꽃잎을 빨리 따줘야 깔끔하게 감상을 할 수 있다. 물을 줄 때는 꽃이나 잎에 물방울이 튀지 않게 하자. 그래야 병충해가 오지 않고 꽃이 오래 간다.

장마 후에는 유기질 알비료를 주고, 너무 많이 자란 줄기는 잘라 새순을 내 기르는 게 좋다.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열대, 아열대 원산 식물들은 온도만 맞으면 연중 자라면서 꽃을 피운다. 이상과 같은 관리 방법만 잘 지킨다면 10월까지 계속 꽃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주변의 많은 이들이 그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 무척 아쉽다.

겨울철 실내에서 관엽식물을 기르거나 봄철에 온대산 초화 식물을 기르는 것은 꽃 기르기의 서막에 불과하다. 이제 정원이나 꽃 기르기용 용기에 다채로운 여름 초화를 심어 꽃 기르기의 참맛을 즐겨 보자.

서정남 농학박사·농림수산식품부 국립종자원 suhjn@korea.kr
#여름초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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