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신데렐라의 ‘어설픈 로맨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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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파리의 연인’ ★★★

창작 뮤지컬 ‘파리의 연인’은 빠른 극 전개와 화려한 춤을 내세운 볼거리가 장점이다. 2004년 큰 인기를 모았던 동명 TV드라마가 원작인 이 작품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프랑스 유학생 강태영(김정은)이 재벌 2세 한기주(박신양)와 사랑에 빠진다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담고 있다. 20회 분량의 드라마를 2시간20분의 공연으로 비교적 매끈하게 압축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구축은 드라마에 비해 미흡할 수밖에 없고 극의 두 축인 한기주와 강태영 사이의 로맨스 과정도 비약이 심해 감정 이입이 잘 안되는 것이 단점이다. 그런 만큼 여성 관객에게 ‘왕자와의 로맨스’식 판타지의 대리 만족 쾌감은 적다.

기대치를 낮춘다면 이 뮤지컬을 즐길 요소도 꽤 꼽을 수 있다. 1막 파리의 배경으로 반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를 사용한 것이나 조명 효과로 무대 위 등장인물을 실루엣으로만 표현한 장면들은 신선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조이 손 씨가 작곡하고 이희준 씨가 가사를 붙인 25곡의 뮤지컬 넘버들도 무난하다. 2막에서 문 의원 딸과의 정략결혼을 거부하고 강태영에 대한 마음을 밝힌 뒤 한기주가 부르는 ‘기분이 참 좋네요’는 멜로디도 친근하고 가사도 쏙쏙 들어왔다.

작품의 디테일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1막에서 강원도 사투리를 쓰던 강태영이 2막에서 사투리를 거의 쓰지 않는 것은 어색하다. 한기주와 강태영이 파리에서 다시 재회하는 장면에서 계절은 겨울인데 등장인물들의 의상은 겨울 같지 않은 것도 이상했다.

강태영 역의 방진의는 22일 공연에서 노래할 때 발성이 불안했다. 한기주 역의 이지훈은 특히 피아노를 치며 강태영에게 ‘사랑해도 될까요’를 부를 때 미성이 돋보였으나 전반적으로 남자다운 박력은 부족했다.

:: i :: 강태영 역에 오소연 씨와 방진의 씨, 한기주 역에 정상윤 씨와 이지훈 씨가 번갈아 무대에 선다. 5월 30일까지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4만∼11만 원. 1577-3363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뮤지컬#공연리뷰#파리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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