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애절한 사연 한 모금… 상큼한 꽃향 두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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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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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으로 떠나는 꽃차여행/류정호 지음/348쪽·1만7000원·인문산책

위부터 유채꽃차,  동백꽃차, 산수유 꽃차, 복숭아 곷차.
위부터 유채꽃차, 동백꽃차, 산수유 꽃차, 복숭아 곷차.
울릉도 어느 마을에 금실이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뭍에 나간 남편이 돌아올 날이 되도록 소식이 없었다. 아내는 매일 바닷가에서 남편을 기다렸다. 그러기를 1년. 결국 아내는 병을 얻었고, “오는 배가 바라보이는 곳에 묻어주오”라는 말을 남기고 죽었다. 장례를 지낸 지 3일째 되던 날 밤 남편이 돌아와 여러 달 동안 아내의 무덤 옆에서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무덤가에는 빨간 꽃이 만발했다. 동백꽃이었다. 이처럼 동백꽃에는 남편을 그리워하던 아내의 넋이 서려 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시인 박남준은 노란 꽃망울이 아름다운 산수유를 보고 시 ‘산수유 꽃자락’을 남겼다. ‘지난 겨우내 안으로 안으로만 모아둔 햇살/폭죽처럼 터트리며 피어난/노란 산수유 꽃 널 보며 마음이 처연하다.’

다도 전문가인 저자는 꽃차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후 3년간 전국 곳곳을 다니며 꽃을 사진에 담고, 꽃에 대한 전설을 모으고, 꽃시를 낭독하고, 그 꽃을 우려 마셨다. 그리고 31종의 꽃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꽃마다 사랑에 대한 애달픈 전설이 있다. 북향화 목련에는 아내가 있는 ‘바다 신’에게 반한 ‘하늘나라 공주’가 바다에 몸을 던져 죽은 사연이, 민들레에는 의병이 돼 전쟁터에 나간 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억척같이 산 민들녀라는 여인의 사연이 담겨 있다.

부산 해운대 동백섬에서 시작해 산수유 노란 별꽃이 내린 경기 이천의 시골 마을을 지나 천리포 수목원의 목련 천국과 강화 고려산의 붉은 진달래 능선 등을 거친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 보고 싶어진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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