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12]시조 ‘눈뜨는 화석’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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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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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이 주는 구속마저 즐길 것

황외순 씨
황외순 씨
집 안에 작은 화재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달리 재산상의 손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가재도구에 달라붙은 그을음을 닦아내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우리 집 큰아들인 현준이가 위로의 말이랍시고 제게 건넨 말이 있습니다.

“엄마, 우리 교수님이 그러시는데 불난 적이 있는 집은 무조건 사고 봐야 된대. 복이 넘쳐서 불이 나는 거래.”

웬 복? 싶은 맘 없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하루가 다 지나가기도 전에 당선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큰 복이 제게로 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만 두리번거리는 저를 보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시선들이 함께 따라왔나 봅니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제게 품이 넉넉한 올가미가 씌워진 것 같습니다. 이것마저도 시조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젠 당선이 주는 이 구속마저도 즐겨야 할 것 같습니다. 돛도 없이, 표적도 없이 갈팡질팡 노 저어온 시조의 길. 아직은 갈 길이 더 멀다는 것을 압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의 손길 보내주신 두 분 심사위원님과 동아일보사에 감사드립니다. 믿음직스러운 시인이 되겠습니다.

아울러 힘든 고비마다 제 눈물 닦아주시고, 지친 등 쓸어주신 우리 쪽방 식구들과 여러 친구들, 따뜻한 내 남편과 두 아이들에게도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1968년 경북 영천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청소년교육과 졸업 △경주문예대학 수료 △문열공 매운당 이조년 추모 백일장 장원 △청풍명월 전국 시조백일장 장원 △전국 가사·시조 창작공모전 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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