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5회 국수전… 공격의 즐거움

  • 동아일보

○ 원성진 9단 ● 조한승 9단
도전자 결정전 1국 4보(72∼97)

바둑에선 공격을 하는 편이 아무래도 편하다. 공격을 하다 보면 부수입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 공격에만 몰두하다 보면 허술해질 때도 있다. 위기십결에도 공피고아(功彼顧我·공격할 때는 먼저 나의 약점을 돌아보라)란 말이 있지 않은가.

여하튼 공격하는 조한승 9단은 즐겁고, 원성진 9단은 괴롭다. 하지만 원 9단도 마냥 물러설 수만은 없다. 백 72를 둔 것은 흑에게 흠집을 남겨놓겠다는 뜻. 조 9단은 흑 77로 확실하게 두어 약점을 없앴는데, 정수다. 참고 1도처럼 흑 1로 두는 것은 백 2부터 6까지 예상할 수 있는데, 백이 ‘가’ 또는 ‘나’로 두는 뒷맛이 있어 흑은 전혀 득이 없다.

백 78에 흑 79는 절대수. 참고 2도처럼 흑 1로 두어 실리를 탐하다가는 백 2로 장문으로 씌우면 흑 5점이 잡혀 큰일이 난다.

백 80부터 흑 91까지 흑 진을 선수로 약간 부수는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백. 백 대마가 아직 근거가 없어 섣불리 싸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백 92로 두어 백 대마를 돌보고 있을 때, 흑 97까지 흑은 자연스럽게 집을 만들고 있다. 공격의 효과가 잘 살아나고 있는 바둑이다. 흑이 유리한 국면.

해설=김승준 9단·글=윤양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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