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전기 전세계 동시출간]전기로 드러난 ‘MS-구글-인텔과의 관계’ 뒷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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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은 왜 인텔과 손잡은 뒤 인텔을 버렸을까? 스티브 잡스와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의 뒷얘기는? 많은 궁금증이 풀렸다. 24일 세계에서 동시 출간된 ‘스티브 잡스’를 통해서다. 여러 일화 가운데 상당수는 정보기술(IT) 업계를 사실상 함께 이끌어왔던 게이츠와의 라이벌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저자인 월터 아이작슨은 잡스와 게이츠 두 사람을 모두 인터뷰했다. 》
○ 게이츠 혹평 “미적인 감각 없어… 맥 기술 훔쳐갔다”

둘은 처음 만난 1984년부터 불꽃이 튀었다. 잡스는 게이츠를 “미적 감각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했고, 게이츠는 잡스를 “기본적으로 이상하고 인간으로서 결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게이츠가 잡스의 매킨토시를 본뜬 ‘윈도’ 운영체제(OS)를 발표하면서 둘은 적대적 관계가 됐다. 잡스는 게이츠가 매킨토시 기술을 훔쳤다고 화를 냈다. 이에 대해 게이츠는 “우리 둘에겐 제록스란 부유한 이웃이 있었는데 내가 TV를 훔치려고 그 집에 침입했다가 당신이 이미 훔쳐간 걸 발견한 것”이라며 비아냥댔다. 매킨토시 기술도 제록스 기술을 본떴다는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두 사람은 올해 5월 잡스의 집에서 함께 식사하면서 애플과 MS가 모두 훌륭한 방식으로 성공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뒤로는 아이작슨에게 다른 얘길 했다. 게이츠는 애플이 잡스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잡스는 MS가 진정으로 훌륭한 제품을 만든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 구글에 조언… CEO 페이지 불러 “5개 제품 집중을”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개발하면서 ‘아이폰’이 휩쓸던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2008년에도 잡스의 분노가 폭발했다. 하지만 올해 4월 구글의 CEO를 맡게 된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조언을 부탁하자 잡스는 그를 기꺼이 집으로 불렀다. 자신도 젊었을 때 빌 휼렛(HP의 창업자) 등 HP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였다. 잡스는 페이지에게 “가장 집중하고 싶은 다섯 가지만 남기고 다른 제품은 모두 제거하지 않으면 ‘적당할 뿐 훌륭하지 않은 제품’을 만드는 MS처럼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후 페이지는 CEO를 맡은 뒤 구글의 수많은 서비스를 하나 둘 정리하고 있다.  
○ 인텔칩 불신… “인텔은 개발 느려” 삼성에 생산 위탁


인텔과의 관계도 눈길을 끈다. 원래 애플은 전통적으로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에 모토로라와 IBM이 함께 만든 프로세서를 썼다. 하지만 2005년 인텔 프로세서를 쓰기로 결정했다. 경쟁자였던 게이츠조차 “컴퓨터 업계에서 그렇게 단기간에 문제없이 프로세서를 바꾸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애플이 해냈다”며 놀라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뒤인 2008년 잡스는 인텔을 버렸다. 그리고 앞으로 만들 ‘아이패드’에서 인텔의 경쟁사인 암(ARM)의 프로세서를 쓰기로 결정했다. 직원들이 “인텔 프로세서는 전력을 많이 쓴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잡스는 이후 애플이 직접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도록 P.A.세마이라는 프로세서 설계회사를 인수했다. 이렇게 설계된 프로세서가 바로 삼성전자가 위탁 생산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A4’와 ‘A5’라는 제품이다. 잡스는 이 결정에 대해 “인텔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증기선처럼 운영이 느렸다”며 “인텔에 모든 걸 가르쳐 주고 나면 그들이 우리 경쟁자들에게 그걸 팔아먹을 것도 우려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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