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타성에 젖은 철없는 어른들에게 ‘딱밤’ 한 방… 개콘 ‘사마귀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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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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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풍자로 인기몰이, 개콘 ‘사마귀 유치원’

“개그맨이라면 사진 찍을 때 입 좀 벌려줘야지!” 선배 개그맨 박성호의 말에 즐거운 신음소리를 내며 표정연기에 몰입했다. 왼쪽부터 조지훈, 박소영, 정범균, 홍나영, 박성호.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개그맨이라면 사진 찍을 때 입 좀 벌려줘야지!” 선배 개그맨 박성호의 말에 즐거운 신음소리를 내며 표정연기에 몰입했다. 왼쪽부터 조지훈, 박소영, 정범균, 홍나영, 박성호.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경찰이 되는 법요? 고등학교 졸업 후 수천 대 일의 경쟁을 뚫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돼요. 5차 시험을 거쳐 경찰이 되면 지구대에 배치받고, 3교대로 하루 12시간씩만 근무하면 돼요. 지루하지 않냐고요? 취객들이 와서 재미있게 해줄 거예요. 그들이 격투기하면 여러분은 맞으면 돼요.”

‘사마귀 유치원’이 유치원생들에게 말하는 ‘경찰이 되는 법’이다. 웃기지만 씁쓸하다.

9월 군대를 제대한 개그맨 정범균(25)의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개그맨 박성호(37), 조지훈(33), 최효종(25), 박소영(24), 홍나영(20)이 함께한 KBS2 ‘개그콘서트-사마귀 유치원’은 단 1회만에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가 됐다.

여의도 KBS 희극인실에서 만난 박성호는 “시청자분들께 감사하고, 책임감에 어깨가 갈수록 무거워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마귀 유치원’에서 사마귀는 인기 MC 유재석을 닮은 정범균의 별명이기도 하고, 네 명의 마귀가 등장해 어두운 사회 이야기를 꼬집는다는 의미도 있다.

코너는 ‘사마귀’ 정범균의 진행으로 시작된다. 진학상담 선생님 ‘일수꾼’ 최효종은 다양한 직업군의 고충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구연동화 선생님 ‘쌍칼’ 조지훈은 여자는 무조건 예뻐야 한다며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다. 바른생활 선생님 박성호는 동요로 사회 폭력 문제를 뒤튼다. 박소영, 홍나영은 귀여운 유치원생으로 분해 양념을 친다.

“군대에서 신문을 읽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친구 최효종은 바쁘다며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나중에 대본을 보고 일수꾼을 자청했죠. 박성호 선배님께도 삼고초려 했고요.”(정범균)

선견지명이 부족했다며 투덜거리는 정범균은 코너 내에서 비중이 제일 적다. 하지만 그에게는 ‘대세남’ 최효종에게 없는 무기가 있다. 바로 유재석을 닮은 얼굴이다.

“지나가면 다들 3번씩 다시 쳐다봐요. 유재석 선배님과 친분요? 잠깐 마주친 적밖에 없어요. 고맙죠. 덕분에 어디에 내밀어도 호감인 얼굴이 됐죠.”(정범균)

‘사마귀 유치원’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대체로 ‘속이 시원하다. 통쾌하다’이지만, ‘어린 자녀와 시청하기 불편했다’는 의견도 더러 있다.

“사마귀 유치원은 어른 유치원이에요. 타성에 젖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하는 거죠. 특정 인물을 비하한다거나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어요. 시사 이야기를 코미디로 포장한 게 아니고 코미디에서 시사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사실 최효종 부분만 떼보면 ‘시사매거진 2580’에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자칫 무거워질까 나머지 3명이 까부는 캐릭터로 웃음 방향을 달리했죠. 재미있게 봐주세요.”(조지훈, 박성호, 정범균)

이들이 자라나는 꿈나무에게 전하고 싶은 최종 메시지는 무엇일까.

“인생은 실전입니다. 만만하게 봐선 큰코다칩니다. 사회가 정글이죠. 꼭 15세 이하 어린이들은 부모님 지도하에 보세요. 보다가 모르는 것은 부모님께 물어보고, 부모님은 반드시 대답해 주세요. 어린이들도 알 건 알아야죠!”

인터뷰가 끝나고, 정범균이 기자에게 들뜬 목소리로 다급하게 전화했다. “방금 경찰 고위 간부가 ‘경찰의 고충을 재미있게 표현해줘 고맙다’라고 전화했어요. 좋은 반응 맞죠? 헤헤.”

한민경 동아닷컴 기자 mk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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