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럭셔리 시계를 보고 심장이 뛰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30일 03시 00분


■ 한국에 몰려오는 고급시계 트렌드
기술+디자인 집약된 명품시계 남자에겐 우주같은 존재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2층 남성시계 편집매장인 ‘크로노다임’. 명품 시계 시장이 성장하면서 롯데백화점은 크로노다임을 확장 리뉴얼해 30일 문을 열고 롤렉스의 부티크 매장도 열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제공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2층 남성시계 편집매장인 ‘크로노다임’. 명품 시계 시장이 성장하면서 롯데백화점은 크로노다임을 확장 리뉴얼해 30일 문을 열고 롤렉스의 부티크 매장도 열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제공
여성들이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을 선망할 때 남성들은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포르셰를 꿈꾼다. 온갖 기술을 집어넣어 만든 뛰어난 기계적 성능과 보기만 해도 설레는 디자인은 모든 남자들이 동경하는 로망이다.

기계적 성능과 집약된 기술, 예술적 디자인은 자동차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계도 슈퍼카의 매력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스톱워치 기능인 ‘크로노그래프’와 시계태엽이 남은 정도를 표시하는 ‘파워리저브’, 일정한 시간마다 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미니츠 리피터’를 비롯해 윤달과 윤년에도 날짜를 따로 조정할 필요가 없는 ‘퍼페추얼 캘린더’ 등은 그나마 평범하다.

날마다 달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문페이즈’와 중력에 의한 오차를 보정하는 ‘투르비용’, 시간과 분에 따라 서로 다른 소리를 내보내 소리만 들어도 시간을 알 수 있는 ‘그랑드 소느리’ 등 과잉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기술력은 남성의 호기심과 소유욕을 자극한다.

심장처럼 뛰는 무브먼트 위에 별처럼 떠 있는 투르비용을 보고 가슴 설레지 않을 남자는 없다.

폭발적 성장, 명품 시계 시장

그 설렘을 등에 업고 남성 고급 시계 시장은 최근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명품 시계 매출 신장률은 30.9%. 올해 1∼8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7%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신세계백화점도 2009년 55.4%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고, 지난해에는 38.0%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IWC ‘포르토피노 핸드 와인드 8 데이즈’.
IWC ‘포르토피노 핸드 와인드 8 데이즈’.
명품 시계 수요가 최근 들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명품 시계를 국내에서 사면 해외에서 직접 사는 것보다 비싼 데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브랜드와 제품 라인업도 빈약해 수요층을 흡수하기에는 부족했다.

반전이 시작된 것은 2005년 무렵.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에 상륙하며 명품 시계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볼륨이 커지니 값이 내렸고, 제품 라인업이 다양해지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시장도 세분됐다. 독일 브랜드 랑에 운트 죄네나 스위스의 예거 르쿨트르 등 하이엔드부터 태그호이어 등 엔트리급 명품 시계는 물론이고 IWC와 브라이틀링 등 준하이엔드급까지 다양한 고급 브랜드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김신욱 롯데백화점 해외명품 상품기획자(MD)는 “국내에서도 쉽게 명품 시계를 살 수 있게 되면서 해외로 나가던 고객들이 발길을 돌렸다”며 “잠재 수요층을 흡수해 하이엔드급 시장이 커진 것은 물론이고 신규 수요층도 늘면서 엔트리급 명품 시계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트리 브랜드 컴플리케이션, 하이엔드 슬림

남성 명품 시계 시장의 최근 트렌드는 엔트리 브랜드의 약진이다. 3000만 원 이상 고가 하이엔드 시계가 여전히 인기를 누리지만 새로 명품 시계 시장에 발을 딛는 구매층이 늘면서 태그호이어 등 300만∼1000만 원 대 엔트리급 브랜드들도 큰 인기를 얻는 것이다. ‘카레라 1887 크로노그래프’, ‘카레라 타키미터 레이싱 크로노그래프’ 등 카레라 시리즈를 앞세운 태그호이어의 올해 1∼8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이상 늘었을 정도다. 특히 엔트리급 시계는 크로노그래프 등 각종 기능이 달려 있어 명품시계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컴플리케이션 워치’가 인기다.

준하이엔드급 시계 역시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앞세워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70시간 이상의 파워 리저브와 500m 방수 기능 등을 갖춘 ‘크로노맷 44’, 파일럿이 가장 좋아하는 ‘내비타이머 01’ 등을 앞세운 스위스 브라이틀링과 ‘포르투기즈 그랑 컴플리케이션’, ‘포르토피노 핸드 와인드 8 데이즈’ 등으로 잘 알려진 IWC가 대표적이다.

반면 하이엔드급 시계는 컴플리케이션 워치보다 심플한 형태의 드레스 워치가 강세다. 특히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피아제가 1일 선보인 초슬림 ‘알티플라노 43mm’은 이런 추세를 잘 보여준다. 알티플라노 43mm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자동 무브먼트(2.35mm)를 장착하고 있고, 전체 두께도 5.25mm에 불과하다. 절제미가 돋보이는 예거 르쿨트르의 ‘마스터 울트라 씬 문’ 등도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하이엔드 명품 시계다.

새 브랜드 상륙, 백화점은 리뉴얼

(왼쪽부터)제니스 ‘엘 프리메로 스트라이킹 텐스’, 예거르콜트르 ‘마스터 울트라 신 문’, 태그호이어 ‘카레라 타키미터 레이싱 크로노그래프’, 브라이틀링 ‘크로노맷 44’, 랑에 운트 죄네 ‘랑에 1’
(왼쪽부터)제니스 ‘엘 프리메로 스트라이킹 텐스’, 예거르콜트르 ‘마스터 울트라 신 문’, 태그호이어 ‘카레라 타키미터 레이싱 크로노그래프’, 브라이틀링 ‘크로노맷 44’, 랑에 운트 죄네 ‘랑에 1’
독특한 디자인도 인기다. 기계식 시계임에도 무브먼트 위에 놓인 두 겹의 숫자판을 통해 디지털 방식으로 시간을 표시한 랑에 운트 죄네의 ‘랑에자이트베르그’와 시각과 분을 표시하는 다이얼이 왼쪽으로 치우친 ‘랑에 1’은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높은 인기에 새 브랜드의 국내 상륙도 이어지고 있다. 1865년 설립된 뒤 약 150년 동안 2330개의 시계 관련 상을 받은 스위스 명가 제니스는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에 입점하며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제니스는 ‘엘 프리메로 스트라이킹 텐스’를 앞세워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명 품시계의 매출 성장에 백화점 업계의 리뉴얼 바람도 한창이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말까지 에비뉴엘 남성시계 편집매장인 ‘크로노다임’을 리뉴얼해 30일 개장하는 한편, 이탈리아 밀라노 롤렉스 플래그십스토어를 참고해 롤렉스 매장을 부티크 형태로 만들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도 기존 IWC, 바셰론콘스탄틴 등에 예거 르쿨트르, 쟈케드로, 율리스나르딘 등 새 브랜드를 추가해 총 230여 개 제품을 시계 멀티숍에서 선보이고 있다. 최승수 신세계백화점 해외명품팀 과장은 “남성들의 명품 시계는 각종 기술이 집약된 하나의 우주”라며 “예물시계로 손꼽혔던 오메가, 롤렉스, 카르티에 등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시계 마니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품목을 찾으면서 시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매장을 더욱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