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만화뮤지엄 ‘9·11 추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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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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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비극을 넘어 만화로 그려낸 희망

만화 ‘아그네스’의 작가 토니 코크란 씨가 그린 9·11 10주기 추모 만화. 폐허가 된 사건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의 망연자실한 뒷모습과 ‘모든 것이 불리하게 돌아가지만 나는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선하다고 믿는다’라는 안네 프랑크의 글을 실었다. 뉴욕 만화뮤지엄 제공
만화 ‘아그네스’의 작가 토니 코크란 씨가 그린 9·11 10주기 추모 만화. 폐허가 된 사건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의 망연자실한 뒷모습과 ‘모든 것이 불리하게 돌아가지만 나는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선하다고 믿는다’라는 안네 프랑크의 글을 실었다. 뉴욕 만화뮤지엄 제공
미국 뉴욕을 지키는 스파이더맨은 맨해튼 빌딩 숲을 거미줄에 의지한 채 날아다닌다. 월드트레이드센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조성된 그라운드제로 공원 위에서 스파이더맨은 비행을 멈춘다. 마치 10년 전 비행이 생각난 듯 그는 우두커니 멈춰 선다. “수만 명의 사람이 저기 묻혀 있구나. 진짜 영웅은 저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삶을 내줬던 사람들이다.” 그는 한마디 말을 남기고 다시 힘차게 뉴욕 상공을 향해 날아오른다. “자유의 값이 비록 영원히 눈 감는 것이라도 우리는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다. 우리 모두가 영웅이기 때문에.”

뉴욕 브로드웨이의 만화뮤지엄(MoCCA)에서 10년 전 9·11테러를 추모하는 만화전 ‘만화가들은 그날을 기억한다’가 열리고 있다. 헐크, 스파이더맨, 엑스맨, 아이언맨 등 인기 만화의 원작자인 스탠 리 씨를 비롯해 유명 만화가 130여 명의 추모 작품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수전 베넷 씨는 “만화는 예로부터 정치적인 기후에 반응하고 독자들의 의견을 대리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오늘 전시는 미국의 가장 비극적인 날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새 희망을 만들어 내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시작들은 대게 두 컷에서 여섯 컷 정도의 짧은 만화들이다. 히트클리프, 스파이더맨, 마빈 등 한국인에게도 낯익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장난감으로 무너진 쌍둥이빌딩을 짓고 있는 그림의 한 장면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꽃피우는 감동마저 느껴진다. 인기 만화 캐릭터 마빈의 작가 톰 암스트롱 씨는 “희생된 사람들의 삶을 위해 희망적인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다시 쌍둥이빌딩이 재건되는 모습을 그렸다”고 말했다. 인터넷 뮤지엄에서 전시됐던 작품을 전부 감상할 수 있다. cartoonistsremember911.com

뉴욕=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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