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가 초의선사에 보낸 ‘茶사랑’ 편지 모은 서간첩 2권, 19일 경매에

  • Array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茶 땄소? 몹시 기다리고 있소, 글씨 보내니 빨리 보내주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절친했던 지기(知己) 초의 선사(1786∼1866)에게 보낸 서간첩 두 권이 경매에 나온다. 서울 K옥션은 추사 서간첩 ‘벽해타운(碧海朶雲)’과 ‘주상운타(注箱雲朶)’를 9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트타워에서 공개 전시한 뒤 19일 오후 5시 경매에 부친다. 이 두 서간첩은 존재가 알려져 있지만 실물을 공개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K옥션의 낙찰 예상가는 10억 원 이상.》

사는 초의가 만든 차를 즐겨 마셨다. 두 서간첩은 초의차에 대한 추사의 애정과 욕심, 질투에 이르기까지 추사의 내면을 보여주는 흥미롭고 귀한 편지다. 다른 글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추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고 있어 그 가치가 높다. 보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벽해타운’은 ‘푸른 바다 건너 온 편지’라는 뜻. 추사가 초의에게 보낸 편지 20통이 실려 있다. 대부분 제주도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여서 이런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주상운타’는 ‘상자 속에서 꺼낸 편지’라는 뜻. 초의에게 보낸 편지를 상자 속에 담아 두었다가 추사 사후인 1862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추사 편지 9통과 초의의 발문 1점이 들어 있다.

추사가 초의에게 보낸 편지는 지금까지 50여 통이 확인됐다. 추사가 초의 차를 구해 마시기 시작한 1838년부터 제주 유배 시절 직후인 1850년 사이에 썼고 이 두 서간첩에 29통의 원본이 수록되어 있다.

‘차 시절은 아직 이른가요. 아니면 이미 따기 시작하였소. 몹시 기다리고 있다오. 일로향실(一爐香室)의 편액은 마땅히 적절한 인편을 찾아서 보내겠소. 금년에는 차를 만들면 무더울 때 보내지 말고 반드시 가을을 기다려 서늘해지면 보내주는 것이 좋겠소. 항아리에 넣을 때는 단단히 싸서 보내도록 하시구려.’

‘차 봉지는 절대로 습기가 많을 때 갑작스레 부치지 않는 것이 어떻겠소.’

‘늘 볶는 법이 살짝 도를 넘어 정기가 녹아날 것 같은 생각이 되니 만약 다시 만들 경우에는 곧 화후(火候)를 경계하는 것이 어떻겠소.’

‘다만 스님과 함께 죽로의 옛 인연을 다시 잇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소. 포장을 문득 꺼내니 병든 위장이 감동하고 감동하였소.‘

때론 응석을 부리고 때론 협박조로 말하는 추사. 초의 차에 빠져 차에 안달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일로향실’ 글씨를 선물로 보내니 빨리 차 보내달라는 내용도 흥미롭다. 추사가 초의에게 보낸 또 다른 서간첩인 ‘나가묵연’을 보면 “거친 추아 차는 부처님 앞에 올리고 내게는 좋은 것만 골라 달라”고 다소 얄미운 부탁을 하기도 했다.

고문헌 연구자이자 추사 전문가인 박철상 씨의 두 서간첩에 대한 평가. “추사의 글 가운데 사사로운 감정과 내면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표현한 글은 없다. 그의 편지는 사적인 내용이라고 해도 늘 엄숙한 편이었다. 그런데 이 편지는 매우 이례적이다. 추사의 내면과 심경, 인간적인 면모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료다.”

경매에 나온 편지글은 제주도 유배 시절의 외로움과 고단함을 초의의 편지와 차로 달랬던 추사의 심경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민 한양대 교수는 “우리 차 문화사에서 잊지 못할 아름다운 장면의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간첩을 내놓은 사람은 개인 수집가로 알려져 있다. 10억 원에 낙찰이 되면 국내 고서 경매(그림 제외) 최고가를 기록하게 된다. K옥션의 손이천 홍보과장은 “고서 마니아들 사이에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