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는 물건들이 예술로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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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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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갤러리 ‘책과 사물’전

폐지로 만든 할아버지의 편지봉투가 당당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책과 사물’전.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폐지로 만든 할아버지의 편지봉투가 당당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책과 사물’전.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날마다 폐지를 접어 편지봉투를 만드는 것이 할아버지의 주요 일과였다. 손녀는 그 봉투를 허투루 다루지 않고 소중히 간직했다. 일본의 그래픽디자이너 야마구치 노부히로 씨의 손을 거쳐 할아버지의 편지봉투는 단아한 책으로 묶여 세상 사람들과 만났다.

22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는 ‘책과 사물: 구본창+야마구치 노부히로’전에선 할아버지의 봉투를 실물과 책으로 만날 수 있다. 버려진 종이로 만든 편지봉투들이 전시장 한쪽 벽면에 설치작품처럼 자리 잡고 있다. 눈 밝은 사람의 안목과 솜씨에 힘입어 보잘것없는 사물이 당당하고 품격 있는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음을 깨우쳐 준다.

둘의 인연은 일본에서 출판된 구본창 씨의 ‘백자’와 ‘일상의 보석-비누’의 책 디자인을 야마구치 씨가 맡으면서 시작됐고 전시로 이어졌다. 전시에선 손끝에서 닳은 비누조각을 찍은 구 씨의 사진과 실물을 선보여 사물의 실존을 확인하게 한다. 야마구치 씨는 편지봉투, 철제 옷걸이를 소재로 한 절제된 디자인의 책, 책에 등장하는 자잘한 물건을 오브제처럼 선보였다.

하찮은 물건과 일상에서 잔잔한 아름다움 및 감동을 찾아내는 그들의 깊은 통찰과 사유를 배우고 싶은 전시다. 02-310-1924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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