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뮤지컬계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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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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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월 시즌 성수기 대작-화제작 ‘빈곤’ 왜?

잭 더 리퍼(사진)
잭 더 리퍼(사진)
공연계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는 끝난 걸까. 2000년대 중반부터 매년 7, 8월 여름시즌은 연말과 더불어 뮤지컬 시장의 양대 성수기로 꼽혀 왔다. 어린이 뮤지컬을 제외하고도 예닐곱 편의 대형 뮤지컬이 공연됐다. 절반 가까이는 신작이나 창작극이었다.

하지만 올여름 개막을 앞둔 뮤지컬 중에서 새롭게 눈길을 끄는 대형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1000석 안팎의 대극장에서 3주 이상 공연계약이 이뤄진 대형 뮤지컬은 5편. 이 중에 초연작은 할리우드 영화의 판권을 사서 직접 뮤지컬로 제작한 ‘코요테 어글리’ 한 편뿐이다.

7월 8일부터 한전아트센터(999석)에서 공연할 ‘코요테 어글리’(오세준 연출)는 제리 브룩하이머의 동명 영화(2000년)를 창작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여자 바텐더가 코요테 어글리라는 바에서 열정적 춤과 노래 솜씨를 펼치며 꿈을 이뤄간다는 내용. 걸그룹 f(x)의 루나와 가비앤제이의 장희영, 그룹 에이트의 이현 등이 출연한다.

나머지 작품은 모두 국내 관객에게 이미 익숙한 뮤지컬이다. 8월 LG아트센터(1100석)에서 개막할 ‘아가씨와 건달들’(이지나 연출)은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1983년 국내 초연 이후 2005년까지 16차례나 국내 무대에 오른 단골 작품이다. 7월 충무아트홀 대극장(1200석)에서 공연될 ‘잭 더 리퍼’는 1888년 영국 런던의 동명의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한 체코 뮤지컬. 2009년 ‘살인마 잭’이란 이름으로 같은 공연장에서 초연했고 지난해엔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했다. 잠실 샤롯데씨어터(1100석)에서 8월까지 공연 예정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2004년 초연 이후 네 번째 공연이다. 30일부터 우리금융아트홀(1184석)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그리스’는 벌써 스무 번째 공연이다.

7월 3일까지 ‘모짜르트!’를 무대에 올리는 성남아트센터(1800석)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1800석)에선 아직까지 3주 이상 공연될 대형 뮤지컬이 잡혀 있지 않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3000석) 역시 ‘피맛골 연가’(8월 26일∼9월 9일)만 예정돼 있을 뿐이다.

800석 이상에서 4주 이상 공연하는 작품으로 대극장 뮤지컬의 범위를 확대할 경우 창작뮤지컬 한 편이 더 포함된다. 7월 12일부터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800석)에서 공연될 ‘늑대의 유혹’(오재익 연출)이다. 귀여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04년 영화화됐던 하이틴 로맨스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PMC프러덕션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H.O.T, S.E.S, 소녀시대, 카라 등 한류 붐을 일으킨 아이돌 가수들의 히트곡으로 꾸민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미국 뮤지컬의 국내 공연계약을 담당하는 라이선스 매니지먼트 회사 BOM의 최용석 대표는 “신작을 갈구하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특성상 그동안 워낙 많은 신작이 쏟아져 들어와 이제 더 들여올 작품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BOM은 직접 라이선스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었다. 7월 23일부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630석)에서 공연될 라이선스 뮤지컬 ‘폴링 포 이브’다. 아담과 이브의 인류 최초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이 작품은 뮤지컬 ‘아이 러브 유’의 조 디피에트로가 대본을 쓰고 브릿 사이먼이 작곡한 로맨틱 코미디다.

뮤지컬해븐의 박용호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신작을 올리기는 부담스럽다. 광고비와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흥행이 검증된 작품 쪽으로 눈길이 가게 된다”고 말했다.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는 “경기 침체로 지난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뒤 1년간 새 작품은 접었다. 다른 제작 기획사들도 뮤지컬 전용극장이 다수 개관하는 올해 말 이후를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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