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X세대 아이콘 유호정-엄정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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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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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남과 로맨스, 대세잖아요”… “10년 뒤에도 디너쇼는 안할것”

유호정(왼쪽)  엄정화.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유호정(왼쪽) 엄정화.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 중년의 나이에도 애정 표현은 거침이 없다. 뽀얀 피부와 늘씬한 몸매는 20대 부럽지 않다. 극 중 파트너는 실제 띠동갑이 넘는 연하남. 하지만 그와의 알콩달콩 로맨스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연기자 유호정(42). 지난해 종영한 드라마 ‘이웃집 웬수’(SBS)에서 그녀는 ‘몸짱’ 연하남과의 로맨스로 아줌마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19일 만난 유호정은 이렇게 말했다. “요즘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대세잖아요. 시대를 잘 타고난 거죠. 예전 같으면 ‘발칙한 커플’로 봤겠지만 이젠 ‘예쁜 커플’로 봐주시니 고맙죠.”

#2. 형형색색 단발머리.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아기자기한 댄스로 무대를 달군다. 그녀가 신나게 ‘디스코’를 외칠 때 등장하는 한 남자.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의 리더인 탑(24)이다. 탑이 랩을 할 때 그녀는 마주 보고 춤을 춘다. 연인처럼 다정하게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2008년 앨범 ‘디스코’ 당시의 엄정화(42) 모습이다. 가수 겸 연기자인 그녀의 별명은 ‘한국판 마돈나’. 마흔이 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댄스 가수’ 타이틀을 버릴 생각이 없다. 24일 만난 그녀는 이렇게 전했다. “10년 뒤에도 디너쇼 무대엔 서고 싶지 않아요. 내 의지가 있고, 나를 원하는 팬들만 있다면 엄정화는 어디선가 춤추고 있겠죠.”

훌쩍 커 버린 X세대(1968∼1975년생).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X세대는 대중문화의 코드까지 바꿔 놓았다. 최근 드라마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연하남과의 로맨스도, 30대 댄스 가수의 등장도 이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동갑내기 X세대 스타인 유호정과 엄정화. 기혼인 유호정은 여성스럽고 차분한 이미지인 반면, 미혼인 엄정화는 도회적이고 도발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상반된 이미지와 달리 이들은 다양한 X세대 DNA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O2’는 비슷한 질문으로 진행된 두 건의 인터뷰를 하나로 재구성해 봤다.

학창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

원래 튀지 않는 성격이었다. 하지 말라는 건 안 했다. 영화 보는 건 유난히 좋아했다. 당시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많이 했는데 앞자리에 앉았던 기억이 난다.

엄청 조용했다. 얌전하고 약간 내성적이고 표현도 서툰 아이였다. 6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게 상처가 됐다. ‘엄마는 고생하고 아빠는 없는 불쌍한 아이’란 생각. 우울했다. 그때 음악이 내 상처를 보듬어줬다. 음악을 들으면서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었다.

예전엔 30대만 돼도 조연급으로 물러났지만 이젠 주연으로 활약한다.

시대 흐름이 그렇다. 사실 나도 결혼(연기자 이재룡과 1995년 결혼) 당시 ‘이젠 엄마 역할만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미시’란 단어가 생기고, 결혼하고 애 키우면서도 처녀 못지않게 당당하게 사는 여자가 멋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런 엄마들을 대변 하다보니 우리 세대 연기자들의 역할 변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또 비슷한 시기에 하희라, 신애라(이상 42), 오연수(40) 등 또래 연기자들이 대거 역할 변화에 성공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부담 없이 ‘새로운 옷’을 입게 된 셈이다.

최근 드라마에선 연하남과의 로맨스가 대세인데…

일단 너무 좋다.(웃음)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거의 없었다. 근데 요즘엔 정말 많다. 사회 흐름을 따라가는 거다.

우리 또래들의 로망도 많이 반영된 것 같다. 내 경우 유독 드라마 배역상 연하남과의 로맨스가 많았는데 친구들이 “부럽다. 가끔 나도 그런 꿈을 꾼다”는 얘길 많이 했다. 이런 상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세대를 등에 업고 있어 힘이 된다.(웃음)

예전 영화에 비친 우리 나이 세대의 사랑 얘기는 유부남-유부녀의 애틋한 사랑 정도밖에 없었다. 이젠 연하남과의 로맨스를 보고도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없다. 편하게 바라봐 주니 연하남과의 연기도 부담스럽지 않다.

엄정화 씨께. 30대 댄스 가수의 길을 연 대표주자다. 비결은…

내 음악의 중심은 지키되 변화를 적절하게 섞었다. 필요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코드까지 가져왔다. 핵심은 꾸준히 해왔다는 거다. 계속 앨범을 내고, 사람들이 계속 좋아해 주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같은 세대 팬들의 응원이 도움이 됐나.

그렇다. 사실 음악을 표현할 때 ‘내가 지금 이걸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 우리 세대는 모험을 즐긴다. 이들을 믿고 과감하게 시도했고, 거기서 재미와 매력을 느꼈다.

당신이 30대 접어들었을 당시와 지금 30대 댄스 가수들의 상황을 비교해보면.

효리(가수 이효리·32)도 30대가 되고 나이를 의식하는 것 같더라. 나는 더 힘들었다. 전례가 없어서다. “발라드로 노래 스타일을 바꿔야 된다”는 얘기도 수없이 들었다. 마치 공식처럼 그랬다. 30대가 되면 뼈가 굳는 것도 아닌데 잘 움직이지 못할 것처럼 얘기했다. 지금 효리 세대는 그때보단 낫다. 시각도 많이 바뀌었고 전례도 있으니. 그런데 아이돌이 대세니까 또 다른 부담은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지금 30대 가수들이 잘해야 된다. 물론 나도 더 힘을 내야하고.

댄스 가수로 계속 활동할 계획인가.

물론이다. 그렇지만 방향은 잘 못 잡겠다. 앨범 내고 예전처럼 방송 활동 위주로 할지, 공연 위주로 할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 중이다.

혹시 ‘삼촌 팬’ 또는 ‘이모 팬’이라고 들어봤나. 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삼촌 팬은 아이돌에 열광하는 30대 이상 남성 팬, 이모 팬은 같은 세대 여성 팬을 지칭)

열정이 있다. 보기 좋다. 좋아하는 걸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게 우리 세대의 특징 아닌가. 우리 윗세대는 열심히 살았지만 원하는 걸 많이 억누르고 살았다. 자기가 원하는 걸 하는 건 자기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예전에 영화 촬영 도중 마돈나 공연 보러 일주일 동안 미국에 간 적이 있다. 다른 핑계 대고 몰래 갔다. 가면서도 행복했고, 직접 보니 너무 좋더라. 공연 도중 마돈나가 계단 쪽에 앉더니 우리 쪽을 보고 싱긋 웃었다. 근데 이게 너무 행복했다. ‘우리가 저 사람을 웃게 만들었다’는 생각. 너무 행복했다.

난 연예인이지만 연예계 소식을 거의 모른다. 인터넷도 안 하고, 영화·드라마도 거의 안 본다. 동생들이 “그렇게 시대에 뒤처지면 빨리 늙는다”고 놀릴 때도 많다. 어쨌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적극적으로 즐기는 건 젊게 사는 거다. 나 같은 사람에겐 부러운 장면이다.

X세대 연예인들은 관리도 열심히 한다. 이전 세대와 확실히 다르다.

사실 움직이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배우로서 내 이미지를 오래 가져가려면 어느 정도 관리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화면에 나왔는데 “보톡스 좀 맞지. 눈가에 주름이 그대로네” 이런 소리는 정말 듣기 싫더라. 이젠 일주일에 3일은 운동을 한다. 요즘엔 발레에 빠져 있다. 발레복은 잘 어울리는데 동작이 안 외워져 문제다.(웃음)

예전엔 “죽겠다”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했다. 근데 이젠 즐거워서 한다. 사실 지난해 좀 쉬면서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했다. 그동안 남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는 생각. 명예, 인기만 바라보고 나를 너무 몰아쳤다는 생각. 이젠 완전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엄정화 씨께. 여전히 결혼 계획이 없나.

몇 년 전만 해도 “주변에 결혼에 성공한 사람이 없다. 결혼이 무섭다”고 했다. 이젠 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너무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란 생각을 했지만 하나님을 믿은 뒤 나를 사랑하게 됐다. 덕분에 이젠 화목한 가정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결혼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유호정 씨께. 아이 키우는 게 힘들진 않나.

결혼하고 7년 만에 큰애가 생겼다. 가끔 자고 있는 아이들 얼굴만 봐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물론 키우는 건 힘들다. 그래도 ‘평생 이렇게 주고도 아깝지 않은 사랑을 해볼 수 있을까’란 생각에 그냥 감사하다.

앞으로 10년 뒤 X세대가 대중문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 것 같나.

열심히 길을 닦고 있지 않을까. 과거에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조금은 불안해하면서도 자신을 믿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세대. 나 역시 50대가 돼도 그 세대의 중심에 서고 싶다.

PS. 유호정은 오연수, 신애라, 김남주(40) 등 또래 여배우들과 ‘절친(절친한 친구)’이다. 인터뷰가 끝난 뒤 이들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물었다.

“연수는 두 가지 색깔을 다 갖췄다. 청순할 땐 정말 청순하고, 섹시할 땐 정말 섹시하다. 이건 지창 씨(남편인 연기자 손지창)가 싫어하는 얘기이긴 한데.(웃음) 여자인 내가 봐도 정말 여성스럽고 관능적이다.

애라는 보여 지는 이미지처럼 굉장히 똑똑하다. 연기할 때도 대본 해석 능력이 탁월하다. 또 정말 부지런하고 항상 바쁘다. 10분 단위로 계획이 있다. 나는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30분 늦어도 ‘좀 늦었네. 어떡하지’이러지만 애라는 1분만 지나도 여지없다. 생글생글 웃으며 ‘나 약속 있어. 일어날게’하며 벌떡 일어난다.(웃음)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아이 잘 돌보고, 인표 씨(남편인 연기자 차인표) 잘 챙기고, 좋은 일도 많이 하고. 말 그대로 ‘슈퍼 우먼’이다.

남주는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친구다. 아이 열심히 키우고, 승우 씨(남편인 탤런트 김승우) 닭살 돋게 사랑하고, 일 야무지게 잘 하고. ‘내조의 여왕’이자 센스 만점인 여자. 그게 남주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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