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노변정담’ 프로그램에서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오른쪽)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작가 티나 페이 씨.
미국 시트콤 ‘서티록(30 Rock)’의 주연배우이자 작가인 티나 페이 씨는 지난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길에 인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를 방문했다.
빠듯한 스케줄 속에도 구글을 찾은 것은 구글의 사내 직원 대상 프로그램인 ‘노변정담(爐邊情談)’에 출연하기 위해서였다. 외부 인사와 구글 임직원이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그를 맞아 이야기를 나눈 상대는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 수백 명의 직원들은 시종 웃음을 터뜨리며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했다.
작가와 정보기술(IT) 구루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날 두 사람의 대담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조합의 만남이 잦아졌다. 톱클래스 작가, 가수, 뮤지션 등 문화예술인들이 앞다퉈 구글 본사의 ‘노변정담’에 참가해 IT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눈다. ‘노변정담’이 새 책이나 앨범 홍보를 위한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구글 직원들이 비디오 중계를 통해 지켜보는 데다 유튜브를 통해 외부 사람들도 편당 수백만 명씩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페이 씨 역시 신간 ‘보시팬츠’ 홍보를 위해 구글 본사를 방문했고, 슈미트 CEO는 대담을 시작하면서 이 책을 청중에게 보여주며 내용을 들려줬다.
뉴욕타임스는 “초기에는 구글 직원들이 인맥을 동원해 참여 인사를 섭외해야 했지만 이제는 (몰려드는 참여 인사를 가려낼) 전담 직원을 둘 정도로 비중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노변정담’은 2005년 시작했다. ‘아웃라이어’ 작가 맬컴 글래드웰, 집단지성을 다룬 ‘대중의 지혜’를 쓴 제임스 서로위키가 초기에 출연했고 최근에는 가수 레이디 가가, 슈퍼모델 크리스티 털링턴 등이 다녀갔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작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구글이 ‘구글북스’를 통해 전자책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 에이전트 래리 웨이스먼 씨는 “우리 작가들이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꼭 구글을 방문하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경향이 문화예술계에 미치는 구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구글이 출판, 방송, 음원 유통 등 미디어의 생산과 유통에 다각도로 참여의 폭을 넓히고 있어 문화예술계가 점점 구글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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