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K는 잊었다. 이젠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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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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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패밀리’서 포스트 김영애 꼽힌 염정아

염정아는 “환갑이 되어도 내 색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외국 영화에서처럼 할머니도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염정아는 “환갑이 되어도 내 색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외국 영화에서처럼 할머니도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사실 무서웠다. 어떤 역할을 했느냐에 따라 성격까지 달라진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최근 종영한 MBC ‘로열패밀리’에서 이태원 양공주촌 출신 신분을 숨기고 JK그룹 둘째 며느리로 들어가 이름 대신 ‘K’로 불리며 사람대접 못 받고, 아들 죽인 엄마로 오해받는 김인숙을 연기한 염정아(39)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두려웠다. 조심스레 김인숙에서 벗어났느냐고 묻자 요란스러운 웃음부터 돌아왔다.

“싹 벗어났어요. 결혼 전에는 그러지 못했는데 남편과 아이들하고 지내다 보면 내 감정에 빠져 있을 틈이 없어요.”

영화 ‘전우치’ 이후 세 살 난 딸과 16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데만 집중했던 염정아는 ‘로열패밀리’로 복귀해 ‘배우 염정아의 증명’이라는 찬사를 끌어냈다.

“거창한 것 말고요. 저는 그냥 칭찬받으면 더 열심히 하고 못한다고 하면 반항심이 생겨요. 하하. 김인숙은 다른 배우들이 했을 때보다 내가 하면 훨씬 더 색이 많이 나오겠다 싶은 역이었습니다.”

“훨씬 더 많은 색”을 내기 위해 완벽한 분석은 기본이었다. 존엄 단죄 등 일상에서는 쓰지 않지만 대본에는 수시로 나온 단어들도 “닭살스럽지 않게” 소화하려고 애썼다.

“매회 부담이었어요. 대본을 받을 때마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감도 안 왔죠. 현장에서 해봐야 느낌이 왔고 감독님과 모든 장면을 상의했어요.”

겸손하게 답했지만 사실 대부분의 장면은 NG 없이 한 번에 끝냈다.

“감정신은 한 번밖에 못해요. 두 번만 해도 그 감정이 안 나와요. 한 번밖에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 대사 숙지가 완벽하게 되어 있어야 하고 상황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미리 충분히 (연습)해 놔야 하죠.”

한국 드라마 촬영 여건상 그날 찍어 그날 방송하는 경우가 많으니 사실상 대본 분석은 불가능하다. ‘로열패밀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행히 대사를 잘 외우는 편이에요. 대본 초고부터 보면서 감을 잡았고 감독님께 전개 방향이 조금이라도 정해지면 바로 알려달라고 했죠.”

독한 시어머니이자 JK그룹 회장인 공순호(김영애)와의 독대 신은 매번 화제였다. 시청자들은 ‘염정아가 데뷔 40년차 배우 김영애의 카리스마에 눌리지 않았다’고 놀라워했다.

“사실 저는 부담 없죠. 제가 김영애 선생님께 눌려도 누구나 이해하지 않겠어요? 하하. 마음 편하게 연기했어요. 오히려 눈을 쳐다보면서 연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죠. 선생님 기를 받으며 연기했어요. 게다가 저는 원래 주눅 들지 않는 스타일이거든요. 좀 뻔뻔하죠. 하하.”

김영애는 ‘포스트 김영애’로 염정아를 꼽으며 “색깔 있는 배우. 자기한테 맞는 색을 만나면 정말 좋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염정아는 “드라마 촬영 내내 일주일에 하루 이틀밖에 집에 가지 못했다.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면 사진을 보며 달랬다”고 말했다. 반면 김인숙이 처한 상황이 끔찍했던 만큼 카메라 앞에서는 아이들을 단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다고.

“다만 저도, 김인숙도 똑같은 엄마이니 자식에 대한 마음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확실한 건 엄마가 되어 보니 아가씨 때 했던 엄마 역은 다 가짜였던 것 같아요.”

‘열혈 시청자’를 자처한 남편의 외조도 큰 힘이었다.

“힘들어도 어차피 하는 것이니 짜증부리지 말고 잘해라, 시청자들이 즐겁게 보고 있으니 힘내라고 하더군요. 집에 못 들어가서 미안했는데 정말 고마웠죠. 남편이 평소보다 집에 일찍 들어가서 아이들과 잘 놀아줘 아이들이 아빠를 더 잘 따르게 됐으니 긍정적인 면도 있었고요.”

드라마가 끝나면 보통 배우들은 화보 광고 촬영 등 소위 ‘돈 되는 스케줄’에 바쁘다. 하지만 염정아는 “웬만하면 스케줄을 잡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 석 달 동안 아이들과 시간을 너무 못 보냈기 때문. 당분간 차기작 계획도 없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 ‘잠적’ 전 마지막 스케줄이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라 예능 프로그램 나가도 얌전하게 있었어요. 엄마가 되니 이것도 깨졌죠. ‘1박2일’을 통해 김인숙을 완전히 털고, 털어낸 모습을 시청자들께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자연스러운 제 모습 많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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