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요리는 만능 엔터테인먼트 제철 재료 쓰는게 철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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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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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컬리나리아12538’ 백상준 오너 셰프

‘컬리나리아 12538’ 주방 문에 달린 창으로 바라본 백상준 셰프. 백 셰프는 보통은 여느 젊은이처럼 활달하지만 주방에만 들어서면 한없이 진지해져 사진 찍을 때 몇 차례 ‘웃어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홍진환기자 jean@doga.com
‘컬리나리아 12538’ 주방 문에 달린 창으로 바라본 백상준 셰프. 백 셰프는 보통은 여느 젊은이처럼 활달하지만 주방에만 들어서면 한없이 진지해져 사진 찍을 때 몇 차례 ‘웃어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홍진환기자 jean@doga.com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의 ‘컬리나리아 12538’은 최근 가장 ‘핫’한 레스토랑 중 하나이다. 프렌치 스타일 레스토랑인 이곳의 오너 셰프는 아직 앳된 29세의 백상준 씨.

그는 넉 달째 KBS2 ‘생방송 오늘은’의 ‘우리땅 우리음식’ 코너의 셰프로 출연하고 있으며 음식 전문 채널인 ‘올리브 TV’에서도 고정 셰프로 나온다. 에스프레소 머신 ‘네스카페 돌체구스토’의 CF에 배우 오윤아 씨와 함께 모델로 출연하기도 했다.

백 씨는 어려서부터 부엌을 사랑하는 소년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 따라 부엌에 있는 것을 좋아했어요. 라면부터 시작했어요. 라면은 아주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요리예요. 물을 얼마나 넣을까, 파나 계란은 어떻게 넣을까, 그때마다 결과물이 변하는 것에 강한 매력을 느꼈죠.”

하지만 요리를 업(業)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한참 후였다. 대학은 국문과로 진학했지만 ‘딱히 하고 싶은 일’을 찾기는 어려웠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뭘까’ 고민하니 바로 요리가 떠올랐다. 스물 둘. 뉴욕의 명문 요리학교인 CIA(Culinary Instuitute of America)에 입학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퀼 에그스 네스트’. 메추리알과 파프리카 시즈닝 등으로 메추리알 둥지 모양을 표현했다(위). ‘한우 처녀소 안심 스테이크’. 전남 옥과의 전통방식 처녀암소만을 사용한 대표 음식.홍진환기자 jean@donga.com
‘퀼 에그스 네스트’. 메추리알과 파프리카 시즈닝 등으로 메추리알 둥지 모양을 표현했다(위). ‘한우 처녀소 안심 스테이크’. 전남 옥과의 전통방식 처녀암소만을 사용한 대표 음식.
홍진환기자 jean@donga.com
“그전까지 제 인생은 ‘주류’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공부도, 운동도 특별히 잘하지 못했어요. 항상 주변만 맴돌았고요. 그런데 CIA에서 요리를 배우면서 처음으로 ‘나도 1등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일과는 고됐다. 오전반은 새벽 5시 반에 수업을 시작해 오후 2시까지 이어졌다. 거의 모든 수업은 주방 실습으로 이뤄졌다. 학교 안 50개 주방을 돌면서 음식을 만들고 식사시간에는 다른 클래스 동료들의 음식을 먹고 평가해야 했다.

‘익스턴십’이라 불리는 14주의 인턴 프로그램도 필수였다. 스스로 레스토랑에 취업해 일을 배워야 한다. 백 씨는 당초 뉴욕의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인 볼레이(Bouley)에 자리를 구했지만 다음 날 일본식 퓨전 레스토랑 ‘노부(NOBU)’에 가보고 마음을 바꾸었다. “첫날 그릴 스테이션 옆에서 보조를 했는데 사수 요리사가 제가 마음에 들었는지 바로 다음 날 그릴에 서서 생선을 구우라고 하더라고요.”

막내 인턴에게 이처럼 중요한 일을 시키는 것은 이례적. 그는 혼자서 300명분의 생선을 구웠다. 백 씨는 이 시대 셰프는 요리만 잘해서는 부족하고 외식의 모든 과정에서 고객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볼레이 같은 정통 레스토랑에서는 당근 하나도 어떻게 썰고, 파는 어떻게 다듬는지까지 철저하게 매뉴얼에 따라야 합니다. 꽉 막혀 있지요. 하지만 노부에서는 요리도 융통성 있게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봄쭈꾸미 샐러드’. 차가운 아스파라거스 오이 퓨레, 자몽에 절인 쭈꾸미, 돌나물 등으로 구성한 샐러드.
‘봄쭈꾸미 샐러드’. 차가운 아스파라거스 오이 퓨레, 자몽에 절인 쭈꾸미, 돌나물 등으로 구성한 샐러드.
2006년 말 학교를 마친 뒤 미국과 한국의 여러 식당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지난해 여름 도산공원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자신의 요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틈만 나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음식 재료들을 고른다. 거문도 낙지, 전남 옥과 암소꼬리, 전남 옥과 한우 안심 스테이크, 고추냉이, 봄 도다리, 강원도 감자 퓨레, 야생 버섯, 느타리버섯…. 컬리나리아의 코스 메뉴의 주 원료들은 모두 백 씨가 전국을 다니면서 직접 고른 재료들이다.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컬리나리아를 모두가 인정해주는 명품 레스토랑으로 더욱 발전시키고 싶고 다른 종류의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싶어요. 캐주얼한 펍, 핫도그 가게도 열고 싶고, 김치찌개 전문점도 내고 싶어요. 김치찌개도 제가 정말 잘 만들거든요.”

하지만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에 제대로 된 요리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가난해서 좋아하는 요리를 못 배우는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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