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11년 만의 개인전… 거칠고 짧은 선에 생동하는 기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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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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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씨의 ‘홍은동에서’(2010년).
이상국 씨의 ‘홍은동에서’(2010년).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상국 씨(64)의 개인전은 이런저런 유행사조에 눈 돌리지 않고 40여 년간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화가의 궤적과 만나는 자리다. 암 투병 생활로 인해 2000년 개인전을 가진 뒤 11년 만에 여는 전시로, 회화와 목판 작업의 대표작과 신작을 선보였다.

전시는 시대의 아픔을 모티브로 한 작업과 삶의 근원적 가치를 탐색한 작품으로 구성됐다. 1970, 80년대 작업은 달동네와 스산한 공장지대, 시각장애인 가수 부부 등을 통해 암울한 시대상황과 서민의 고단한 삶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강렬하면서도 가라앉은 색상과 투박하지만 절제된 이미지가 어우러진 회화는 특정한 이념을 상투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구상과 추상이 조화를 이룬 그림에 우울한 현실을 바라보는 작가의 고민이 녹아 있다.

2000년대 이후 ‘산동네’ ‘산으로부터’ 시리즈는 풍경과 자연을 한층 추상화한 조형어법으로 담아낸다. 아름다운 풍경의 재현이 아닌, ‘인간의 삶과 시대정신’이란 화가의 관심에서 비롯된 작업이다. 거칠고 짧은 선으로 자연의 본질을 표현한 대작들이 힘겨운 삶에 위안을 주는 생동하는 기운과 원리를 품고 있다. 4월 3일까지. 02-720-102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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