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원 저예산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례적 100만 관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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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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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 노년층의 힘, 입소문의 힘

‘로맨스 그레이’(노년층의 사랑)를 다룬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2월 17일 개봉)가 20일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눈에 띄는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다.

화려한 볼거리도, 청춘스타도 등장하지 않는 순제작비 11억 원의 ‘저예산’ 영화가 100만 명이 넘는 흥행 성적을 올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대를…’의 제작비는 지난해 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21억6000여만 원)의 절반 수준. 이순재 송재호 씨 등 주연배우 평균 나이는 60세를 훌쩍 넘는다. 개봉 5주째가 넘었지만 이 영화는 매주 약 20만 관객을 동원하고 있고 예매율도 꾸준히 3, 4위를 유지해 흥행 호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개봉 첫 주 관객 수가 흥행성적을 좌우하는 극장가에서 ‘그대를…’의 흥행 추이는 특이한 곡선을 그려 눈길을 끌었다. 개봉 첫 주 이 영화는 27만8000여 명의 관객을 끌어들여 주간 순위 6위에 그쳤다. 둘째 주에는 7위(20만2600여 명)로 떨어지며 손익분기점(70만 명)을 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셋째 주부터 4위(20만6000여 명)로 올라서더니 이후 지금까지 4위를 유지하고 있다. ‘월드 인베이젼’ ‘아이엠 넘버포’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작 ‘블랙스완’ 등의 경쟁작들 틈에서 거둔 성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영화는 고집 세고 욕 잘하는 우유 배달원 김만석(이순재)과 폐지 줍기로 생계를 이어가는 송이쁜(윤소정), 김만석의 친구 장군봉 부부(송재호, 김수미) 등 두 노년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이에 따라 중장년, 노년층의 반응이 특히 뜨겁다.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 관계자는 “부부 동반으로, 또는 삼삼오오 오시는 어르신이 많다. 극장 근처 탑골공원, 종묘공원 등을 찾는 노인들도 많이 보러 오신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복지관 등 단체관람 인원도 꾸준하다. 서울 서대문사회복지관에서는 29일 오후 3시 CGV상암에서 영화를 단체 관람할 예정이다.

이 영화의 흥행에는 관객의 입소문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장년층 관객은 노인들의 사랑을 솔직하게 다룬 점에 끌렸고, 젊은 층은 강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따뜻하면서도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일 영화를 본 한희순 씨(64)는 “친구들이 추천해서 봤는데, 노인들의 로맨스를 인정해 준 부분이 좋았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의 삶이 더 풍요로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위터 ID @Elegancekh는 “그대사(그대를 사랑합니다) 오늘 드디어 봤어요. 마음이 찡하고 짠하고 여기저기서 눈물 훔치는 소리…. 노부모님 모시고 영화관 찾으신 분 모습도 훈훈했고요”라는 글을 올렸다.

신강호 영화평론가(대진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는 “배우들의 호연과 따뜻한 스토리가 중장년층을 끌어들인 것으로 본다. 노인을 위한 실버영화의 본격적인 등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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