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18회>산해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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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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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귀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그림의 떡’

귀하고 좋은 음식이 산해진미이고 잘 차린 음식이 진수성찬이다. 맛있는 음식의 대명사로 쓰는 말이지만 알고 보면 대부분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들이다.

산해진미가 왜 먹지 못하는 음식인지를 말하기 전에 의미부터 알아보자. 사전에는 ‘산과 바다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진귀한 음식’이라고 했는데 당나라 시인 위응물이 장안도(長安道)라는 시에 처음 쓴 단어다. 원문에는 산진해착(山珍海錯)이라고 썼는데 산진은 산에서 나는 진귀한 음식, 해착은 맛있는 바다 요리라는 뜻으로 여기서 산해진미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진수성찬은 한나라 때 문인인 장형이 쓴 남도부(南都賦)라는 글에 나온다. 연회 풍경을 묘사해 놓은 진수랑간(珍羞琅간)에서 나온 말인데 옥돌 쟁반에 진귀한 반찬을 차렸다는 뜻이다.

그러니 맛있고 좋은 음식이라고 모두 산해진미와 진수성찬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로 만든 요리여야 하니까 아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해당이 안 된다.

산해진미는 시대에 따라 음식의 종류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다음 여덟 가지 요리를 팔진미로 꼽는다. 곰 발바닥 요리인 웅장(熊掌), 낙타의 등인 타봉(駝峯), 사슴꼬리인 녹미(鹿尾), 바다제비의 집인 연와(燕窩), 상어 지느러미(샤크스핀)인 어시(魚翅), 바다의 인삼인 해삼(海蔘), 멸종된 물고기라는 시어(시魚), 그리고 물고기 입술(어순·魚脣)이다. 보통은 상어 입술을 말하지만 경우에 따라 조기의 입술을 꼽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산해진미의 으뜸은 곰 발바닥이다. 맹자는 “곰 발바닥도 먹고 싶고 생선도 먹고 싶지만 하나를 고르라면 곰 발바닥을 먹겠다”고 했다. 옛 문헌을 보면 돼지 족발과 비슷한 맛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낙타 등도 많이 먹었나 보다. 두보는 여인행(麗人行)이라는 시에서 현종과 양귀비의 호화식탁을 읊으며 “수정 쟁반에 놓인 자주색 낙타 등”이라고 했다. 짧은 사슴꼬리도 산해진미로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산군이 사슴꼬리를 좋아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보이고 소설 홍루몽에서는 새해 첫날 먹는 음식으로 나온다.

시어는 보통 준치라고 하지만 우리가 아는 준치는 아니다. 바다에 살다 봄이면 양쯔 강으로 올라와 알을 낳는데 길이가 세 척이다. 신화통신에 의하면 1890년에 멸종됐다고 한다.

곰 발바닥, 낙타 등, 사슴꼬리, 시어는 오늘날 멸종됐거나 야생동물 보호 차원에서 식용이 금지돼 있다. 상어 지느러미로 만드는 샤크스핀과 바다제비의 집으로 만든 제비집 수프도 함부로 먹을 것이 아니다.

요즘 고급 중국음식점에서 나오는 샤크스핀과 제비집 수프도 십중팔구는 진짜가 아니지만 만약에 주문한 샤크스핀이 진짜 상어 지느러미로 요리한 것이라면 먹을 때 야생동물 보호단체와 뜻있는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감수해야만 한다.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더라도 지느러미를 얻으려고 상어를 남획하게 되며 또 잔인한 채취 방법 때문에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주문한 제비집 수프 역시 진짜 바다제비 집으로 만든 것이라면 입에 넣는 순간 불법이 된다. 바다제비는 국제자연보호연맹에서 보호하는 조류로 그 집도 보호 대상이기 때문이다.

생선의 입술은 정체가 불분명한 데다 우리는 잘 먹지 않는 부위이니 지금 남아있는 산해진미는 바다의 인삼이라는 해삼이 유일한 셈이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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