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일본스키 100주년-전쟁이 맺어준 스키역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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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주민의 호응도 대단했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강습에 몰렸다. 이웃한 나가노 현에서도 찾아왔다. 강습 한 달여 만에 결성된 ‘다카다 스키클럽’이 그 열기를 증명한다. 세계 최초로 상트안톤(오스트리아 티롤 주 인스브루크에서 한 시간 거리 아를베르크 계곡의 산악마을)에서 스키클럽이 결성된 게 1901년이었으니 무척이나 빠른 것이었다.

○ 2011년 1월 14일 눈 덮인 가나야 산

가나얀 산은 일본 스키어에게 ‘스키성지’다. 100년 전 스키가 시작된 곳이자 동시에 ‘스키발상기념관’과 레르히 소령의 동상이 있어서다. 매년 1월 12일 동상 밑에서는 ‘스키의 날’ 기념식이 열린다. 스키의 날은 하코다 산 참사 100주년인 2002년에 제정됐다. 그날이 되면 전일본스키연맹(SAJ) 등 스키 관계자는 물론이고 다카다 스키클럽 회원도 참석한다. 회원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100년 전 스키복장을 하고 나와 가나야 산에서 장대 폴을 이용한 슈템보겐 기술로 시범을 보인다.

올해는 이틀 후인 1월 14일 가나야 산을 찾았다. 눈도 없이 바람만 쌩쌩 불던 3년 전과 달리 흰 눈에 덮여 있었다. 스키 발상 100주년 기념 이벤트로 기획된 어린이 스키강습도 한창이었다. 스피커로 연신 레르히 짱을 연호하는 로고송도 흘러나왔다. 레르히 동상은 가나야 산이 조망되는 맞은편 언덕 정상에 있다. 군복차림에 스키를 신고 긴 장대 폴 한 개를 든 채 오른쪽 스키를 약간 앞으로 내민 자세다. 수염이 인상적인 그의 얼굴은 산 아래를 향하고 있다. 눈은 아마도 첫 강습지이자 나가오카 중장의 관사가 있는 조에쓰 시내(옛 다카다)를 응시하리라.

그 언덕 아래 오스트리아 슐로스(작은 성)풍의 하얀 건물이 있다. ‘스키발상기념관’이다. 레르히로부터 비롯된 일본 스키 100년 역사가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기원전 시작된 인류의 스키역사와 더불어. 그중 돋보이는 게 있다. 일제가 1912년 함경도에서 수집했다고 밝힌 우리 전통 썰매(雪馬·설마에서 비롯된 ‘썰매’는 스키의 우리 식 이름)다. 4세기 것으로 추정(탄소연대)되는 귀중한 유물이다.

우리 썰매의 모습은 북유럽에서 발견된 4500년 전 스키와 형태가 비슷하다. 놀랄 일이다. 하지만 감탄은 아직 이르다. 설면에 닿는 바닥에 판 긴 홈을 보기 전까지는. 썰매는 바인딩이 가죽 끈이다. 바닥에 뚫은 구멍으로 끈을 넣어 발을 동여맨다. 그 경우 끈이 바닥에 노출돼 저항을 일으킨다. 홈은 그 방지 수단. 그런데 놀랍게도 4세기에 그런 ‘첨단스키’는 지구상에서 이것뿐이다. ‘일본 스키발상 100년’을 무색케 하는 우리 선조의 쾌거다.

○ 스키 발상 100주년 이벤트

◇니가타 현 ▽홈페이지: www.niigata-snow.jp ▽한국 스키어 대상으로 특별 프로모션: 여행사의 스키투어상품으로 니가타에 가서 호텔에 투숙할 경우 2박 이상 체류 시 1박당 리프트권 한 장(4000엔 내외)을 제공. 내일여행, 모두투어, 브라보 재팬컴, 스키익스프레스, 에나프투어, 여행달인, 일본스키닷, 투어&스키, 하늘땅여행, 한진투어.

◇일본스키발상기념관 ▽이용: 오전 9시∼오후 5시, 월요일 쉼. 입장료 300엔. △찾아가기(철도): 도쿄∼나가노신칸센∼나가노∼신에쓰혼센∼다카다(2시간 소요) △현지 전화 025-523-3766

○ 여행정보

◇조에쓰 시 ▽인터넷: www.city.joetsu.niigata.jp ▽위치: 현 남서쪽 동해안. 산과 바다, 평야가 두루 어울린 일본 최대의 적설량 지대. 주민 21만 명. 예부터 도쿄 오사카 나고야를 잇는 해상 육상 교통의 요지. 다카다 평야와 나오에쓰 항구를 중심으로 발달.

조에쓰=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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