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준은 “요즘 부쩍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늘어 행복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밥을 굉장히 와일드하게 먹는 편인데 쳐다보면 조신하게 먹어야 해 힘들다”며 “식당에서만은 아는 척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배용준표’ 바람머리와 알 없는 안경을 구하고 있습니다.”
애드리브가 뛰어나다더니 인터뷰 초반부터 ‘빵빵’ 터진다. SBS ‘시크릿 가든’에서 박봉호 상무 역으로 출연했고, 종영하자마자 KBS ‘드림하이’의 기린예고 교장 시범수를 맡은 배우 이병준(47).
그는 ‘드림하이’에서 계략을 써 정하명 이사장(배용준 분)을 좌천시키고 교장 자리를 차지했다. 앞으로는 정하명이 추천해 특채생으로 입학한 ‘3인방’ 고혜미(수지), 송삼동(김수현), 진국(택연)을 괴롭히게 된다.
“1인자가 돼 기쁘지만 ‘나쁜 남자’로는 보이고 싶지 않다”는 그는 반응에 따라 ‘귀여운 악역’이 될 생각이란다.
“교장이고 악역이라 ‘강한’ 애드리브는 자제하고 있는데 인터넷으로 반응 살펴서 너무 딱딱하다고 하면 바로 애드리브 해야죠. 악역이지만 귀엽게 만들 겁니다.”
우선 ‘배용준 따라잡기’를 준비했다. 사진 보면서 포즈도 연구하고 말투 외양도 바꿔볼 셈이다.
“어디까지 따라할 수 있나 지켜봐 달라”며 자신만만해했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귀여운 악역을 자처하는 이유는 뭘까.
“악역 이미지가 강하면 CF가 들어오지 않아요. 양복, 세단 등 중후한 분위기의 CF가 탐납니다. 그래서 의상도 깔끔하게 준비했고요.”
CF 욕심에 애드리브를 준비한다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시청자, 스태프에게 ‘감초’가 되고 싶기 때문.
“대본을 보다 보면 지나치게 진지하게 흐르거나 지루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애드리브를 툭 던지면 드라마가 살죠. 스태프도 기대할 때가 있어요. ”
2009년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 아줌마 파마에 에어로빅복을 입고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 ‘앤써니 양’을 맡아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지만 사실 그는 쉴 틈 없이 활동했다.
대학 시절 연기를 전공했고 뮤지컬 연극 무대에 20년간 섰다. ‘구타유발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복면달호’ ‘파괴된 사나이’ 등 영화에서도 활약했고 드라마 출연작도 다수다.
“작품 선택 기준이요? 아직 없어요. 그보다 얼마나 많은 작품에 출연하느냐가 중요하죠. 사실 제가 일중독이거든요. 새벽까지 촬영하고 아침에 잠깐 자고 일어나서도 ‘나 일 안하고 뭐 하고 있지’ 걱정할 정도예요. 후배들도 ‘선배님, 다음 작품 뭐 하세요?’ 묻는 게 인사입니다.”
그러다 보니 건강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냐고 묻자 대뜸 팔뚝을 내밀었다. 운동 좀 한다는 20대 남자들 못지않게 단단해 보였다.
“나이 들면 살찐다고들 하는데 전 20년 동안 체중 변화가 2kg 안쪽이에요. 운동 스트레칭을 꾸준히 합니다. 이 나이에 식스팩까지 있으면 사람들이 욕할까봐 키우지 않지만 제가 벗겨놓으면 좀 괜찮습니다. 하하”
20대 때 그는 순수예술에 빠져 있었다. 40대인 그는 대중문화에 빠져 있다.
“60대 이병준은 지금보다 좀 더 다져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때가 되면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접목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제가 무용도 잘하거든요. 여자 잡고 돌리는 건 예술이거든. 무용단끼리만 즐기는 무용 말고 대중과 함께하는 무용, 좋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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