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커피의 쓴맛’ 제대로 보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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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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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으로 맛과 질 가늠··· 표범 무늬 도는 ‘황금빛’ 최고
가격대 수십만∼300만원··· 4만∼8만원 모카포트 쓰기도

아직까지도 에스프레소 커피는 무조건 쓰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원두의 품종, 원두의 원산지, 블렌딩 여부에 따라 에스프레소 커피에서 고소한 맛, 상큼한 맛, 달콤한 맛 등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제공 네스프레소
아직까지도 에스프레소 커피는 무조건 쓰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원두의 품종, 원두의 원산지, 블렌딩 여부에 따라 에스프레소 커피에서 고소한 맛, 상큼한 맛, 달콤한 맛 등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제공 네스프레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甘呑苦吐).’ 굳이 사자성어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쓴맛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멀리하는 맛이다. 하지만 쓴맛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쓴맛을 즐기기까지 하는 식품이 있으니 바로 커피, 그중에서도 에스프레소다. 야근이나 마감 다음 날의 구름이 낀 것 같은 머릿속도 앙증맞게 작은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와 물을 번갈아 가며 두 모금으로 나눠 마시고 나면 쾌청하게 맑아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에스프레소 특유의 쓴맛은 정 커피를 아는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 황금빛 표범무늬 거품이 최고

‘에스프레소(Espresso)’는 전용 커피머신에 분쇄된 원두를 넣고 뜨거운 물과 높은 압력을 가해 짧은 시간에 추출해서 만드는 소량의 커피 추출액을 뜻한다. 에스프레소라는 말의 어원도 ‘빠르게’라는 뜻의 익스프레스(express)나 ‘압력을 가해’라는 의미의 라틴어 익스프리머(exprimere)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커피 애호가들은 갓 추출한 커피 위에 뜬 거품인 ‘크레마’를 보면 그 에스프레소의 맛과 질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에스프레소 커피 30mL를 추출했을 때를 기준으로 크레마의 두께가 3∼4mm면 일단 추출이 성공적이란 증거다. 크레마의 색깔과 무늬도 중요하다. 마니아들은 이상적인 에스프레소 커피의 거품은 ‘표범무늬가 도는 황금빛’이라고 한다.

진한 맛과 농도 때문에 흔히들 에스프레소가 카페인 함량이 가장 높은 커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커피 속 카페인 양은 커피를 추출할 때 걸린 시간에 비례하기 때문에 고압 증기로 20∼30초에 추출한 에스프레소 커피의 실제 카페인 함유량은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오랜 시간을 들여 추출한 드립커피보다 적다.

○ 추출머신, 모카포트로 더욱 간편하게
필립스의 세코 에스프레소 머신
필립스의 세코 에스프레소 머신


최근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보급이 늘면서 가정에서도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이가 많아졌다. 네스프레소, 필립스, 지멘스 등에서 나오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경우 기능과 재질 등에 따라 수십만 원대의 보급형 모델부터 200만∼300만 원대를 호가하는 하이엔드 모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고가 머신은 즐겨 마시는 커피 원두나 우유의 양 등을 미리 저장해 두면 추출할 때마다 추가 정보 입력 없이도 원터치로 원하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장착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원두를 갈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반자동 머신보다는 미리 갈아놓은 우너두를 1인용으로 진공포장한 커피캡슐 등을 사용하는 전자동 머신이 인기가 높다. 박성용 네스프레소 마케팅 팀장은 “에스프레소 머신은 고가인 데다 한 번 구입하면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캡슐커피는 캡슐 규격이 서로 달라 전용 머신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머신에 맞춰 커피를 고르기보다, 입맛에 맞는 커피를 먼저 고른 뒤 머신을 선택하면 좋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고가의 머신이 에스프레소를 즐기기 위한 필수조건은 아니다. 4만∼8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모카포트만 있다면 머신 없이도 집에서 에스프레소의 깊은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귀여운 주전자 모양의 이 모카포트에 커피 가루를 넣고 열을 가하면 고압의 수증기가 관을 타고 올라가 커피 가루를 통과하며 뜨거운 커피가 추출구를 통해 나온다. 이 것을 그대로 마시면 바로 에스프레소가, 뜨거운 물을 부으면 아메리카노가 된다. 중요한 것은 커피의 정량을 지키는 것이다. 연한 커피를 원한다면서 커피 가루는 적게 넣고 물의 양만 늘리면 과다 추출로 오히려 쓴 맛과 떫은 맛이 강해진다. 정량을 추출해 뜨거운 물을 부여 연하게 만드는 편이 좋다.

○ 맛과 향 살려 향료로도 활용


에스프레소는 그대로 마셔도 좋지만 특유의 향과 맛을 살려 다른 음식을 빛내는 조연 역할을 할 때도 많다. 에스프레소(1샷)와 달걀을 풀은 물에 부드러운 식빵을 적셔 버터를 발라 구워 내면 은은한 커피향이 도는 커피 토스트가 되고, 우유와 설탕을 섞어 설탕이 녹을 때까지 끓인 뒤 에스프레소(2샷)를 넣어 걸쭉해질 때까지 졸이면 빵에 발라 먹는 커피맛 스프레드로 변신한다.

상극처럼만 보이는 주스와 커피의 근사한 조화를 이끌어 내는 데에도 에스프레소가 쓰인다. 조금 연한 에스프레소에 설탕과 오렌지 주스(1스푼), 얼음을 첨가하면, 나른한 오후 오렌지 특유의 상큼한 맛이 활력을 주는 오렌지 주스 아이스커피를 즐길 수 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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