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3년 만의 복귀 이은결 마술공연 ‘더 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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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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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재밌고 따뜻… 잘 짜여진 극 한편

연출★★★★ 마술 ★★★★☆ 연기 ★★★★ 무대 ★★★☆

마술사 이은결의 ‘더 일루션’은 이야기가 있는 마술 공연으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기기에 좋은 무대를 펼쳐보였다.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마술사 이은결의 ‘더 일루션’은 이야기가 있는 마술 공연으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기기에 좋은 무대를 펼쳐보였다.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쿵쾅 쿵쾅, 가슴을 쩌릿하게 울리는 앰프소리와 객석을 향해 날아오는 강렬한 조명. 천을 벗기자 마술사 이은결이 헬리콥터에 탄 채 깜짝 등장했다. ‘어떻게 헬리콥터가 나타났지?’ 나름 머리를 굴리는 사이 마술사는 빈 상자 속에서 여성 출연자를 등장시키더니 바로 9등분 해버린다. 쉴 틈 없이 사람이 생겼다 없어지고 다시 토막 나는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질 때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건 오프닝예요.” 웃음이 터졌다.

7일 개막한 마술 공연 ‘더 일루션’은 군에서 제대한 이은결이 내놓은 3년 만의 복귀작이다. 마술 한 가지로 1200석의 대형 공연장을 2시간 반(인터미션 20분 포함) 동안 달아오르게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했다.

1부와 2부로 나눈 공연의 흐름은 비슷하다. 각 부의 초반을 카드와 꽃, 비둘기가 사라지는 ‘클래식’한 마술로 시작한 뒤 마술사와 보조 출연자가 사라지거나 공중에 뜨는 것으로 난도(難度)를 높인다.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을 사라지게 하거나 중국 만리장성을 통과하는 장면을 보면서 열광했던 관객이라면 이 같은 마술은 소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무선 마이크를 끼고 단독 진행을 맡은 이은결은 입담을 과시하며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 “몇몇 아버님은 팔짱끼고 ‘(속임수가) 걸리면 죽어’라고 지켜보시는데, 저는 여러분을 속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즐기려고 하는 겁니다. 도와주세요∼.” 속마음을 들킨 객석에선 웃음이 터진다.

그렇다. 그냥 벌어지는 상황 자체를 마음 편히 즐기면 공연은 충분히 재미있다. 앵무새 그림을 그리면 그림 속에서 앵무새가 나오고, 새가 다시 여성으로 변하고 다시 앵무새, 그림으로 되돌아간다. 잘 짜인 한편의 극을 보는 듯하다. 눈사람을 만든 뒤 아이가 껴안자 눈사람이 살아 움직이고 눈발이 날리는 모습도 따뜻한 감흥을 전해준다. ‘그림자 쇼’나 프러포즈 이벤트 때의 ‘인형 퍼포먼스’ 등 마술이 아닌 부분에도 관객의 호응은 컸다.

입이 쩍 벌어지는 대형 마술은 찾기 힘들었지만 동심, 사랑, 추억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녹여낸 마술들은 각각 짜임새가 있고 연결도 자연스러웠다. 특히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기기에 마술이란 키워드는 더없이 적합한 교집합으로 느껴졌다.

:i:
3만∼10만 원. 12월 4일까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 02-501-7888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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