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환율전쟁 美의 최종타깃은 中제조업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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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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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전쟁/랑셴핑 지음/홍순도 옮김/392쪽/2만 원/비아북


세계 경제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환율전쟁’이다. 11, 12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이는 여실히 드러났다. 11일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은 그 여파가 전 세계에 미친다는 점에서 두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미중 ‘환율전쟁’의 이면에 있는 미국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그리고 중국이 필사적으로 맞서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는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실질적 목적은 중국의 금융시장을 개방하도록 해서 중국 금융시장에서 외자를 자유롭게 운용함으로써 중국의 자산 거품을 심화시키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중국이 현실적으로 크게 손을 보기 어려운 위안화 평가절상 대신 금융시장 개방을 택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일단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금융회사들이 중국에 들어가 부동산, 주식 등에 거품을 일으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제조업은 점점 힘이 빠지게 된다.

저자가 예상하는 미중전쟁의 시나리오는 대략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의 의도가 그대로 먹혀들었을 경우에 현실로 나타날 일이다. 저자의 탄탄한 이력은 이 같은 전망에 상당한 무게를 실어준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금융학을 전공했고 미시간대, 오하이오주립대, 뉴욕대, 시카고대 교수를 지냈으며 홍콩 중문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실과 수치를 근거로 그가 이 책에서 얘기하려는 요지는 간단하다. 주요 2개국(G2)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까지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 순순히 중국에 패권을 넘겨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본다. 나아가 미국이 과거 신흥 시장에서 펼쳤던 전략을 볼 때 중국이 뒷짐을 지고 있다가는 과거 큰 경제위기를 겪었던 동남아 국가들과 마찬가지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태국 베트남 홍콩, 심지어 일본에서까지 통했던 미국과 서양의 금융그룹들의 전략을 소개한다. 미국과 서양의 자본이 각 국가에서 펼친 전술은 달랐지만 모두 ‘자산 거품’이라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에선 같았다. 그들은 목표로 삼은 국가에서 먼저 주식과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킨다. 그렇게 되면 실물경제에 투자돼야 할 자금은 가상 경제인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간다.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쪽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거품이 최고조에 이르면 외자를 회수해 해당 국가를 금융위기에 빠뜨린다. 해당 국가는 후회를 해도 이미 늦은 상태다. 그동안 실물경제는 뒷전에 있었기 때문에 경제를 다시 살리려면 또다시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저자가 중국 경제를 보는 시각은 상당히 비관적이다. 이미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그가 보는 중국의 위기는 세 갈래다. 첫째 자산 거품화, 둘째 경제 정체화, 셋째 인플레이션화에서 위기가 온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이용해 이른바 3대 전쟁인 환율전쟁 무역전쟁 원가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율전쟁이며 다른 두 전쟁은 그저 보조수단에 불과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즉 미국은 무역전쟁이라는 보조수단을 무기로 환율전쟁에서 중국에 양보를 강요해 중국의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다. 또 미국은 원가전쟁을 보조수단으로 해서 전면적으로 국제 농산물 및 광산물, 원자재 가격을 폭등시킬 것이며 그렇게 될 경우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미 2009년 정부가 풀어놓은 9조5900억 위안이라는 막대한 자금과 2010년 2월 말까지 약 14개월 동안 풀린 12조 위안의 은행 신용대출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경제 드라마’를 보듯 술술 읽힌다. 음모론적인 해석이 담겨 있어 극적인 효과를 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 탄소 배출권 거래, 도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 등도 그 배경에는 미국의 음모가 있다고 말한다.

그중 하나인 도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는 일본의 고품질 제품을 사는 미국인의 소비습관을 깨뜨리기 위한 음모라고 책은 주장한다. 그 근거로 2010년 1월 말까지 6개월 동안 미국에서는 모두 216건의 자동차 리콜이 있었는데 이 중 도요타의 리콜은 6차례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미국 자동차 리콜이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중국의 염가 제품을 구매하는 미국인의 습관을 깨뜨리는 시도도 나타날 것으로 저자는 예상한다. 이 두 가지 소비습관을 깨뜨려야만 미국인들이 자국 기업에 눈을 돌려 미국 제품을 사게 된다. 그러면 공장이 돌아가고 결국 미국 정부의 최대 고민인 실업률이 해소된다는 것.

저자는 “이처럼 미중 경제와 세계 패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경제전쟁에서 미국의 공격은 체계적이고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관료와 경제학자들이 마냥 거품에 취해 있을 수만은 없다”고 경고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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