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마리스 얀손스(67)가 세계 음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강력하다. 2008년 영국 음반전문지 ‘그라머폰’은 그가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네덜란드의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를 베를린 필, 빈 필을 뛰어넘는 ‘세계 1위’ 오케스트라로 선정했다. 음악 평론가들의 의견을 취합한 이 조사에서 그가 이끄는 또 다른 악단인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6위에 올랐다. ‘으뜸 악단’의 리더일 뿐 아니라 세계 10대 교향악단 중 두 군데 이상을 이끄는 인물도 얀손스가 유일하다.》
마리스 얀손스는 지적과 호령보다는 설득과 조언으로 단원들을 이끌어가는 ‘화합형’ 지휘자로 알려졌다.동아일보 자료 사진
얀손스가 세 번째로 한국을 찾아온다. ‘넘버 원’인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동아일보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주최로 12,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두 차례 콘서트를 갖는다. 1992년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9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서울에서 공연했던 그를 3일 암스테르담 숙소로 전화해 인터뷰했다.
―반갑습니다 마에스트로. 2년이 가까워오지만 콘세르트헤바우의 ‘세계 제일’ 등극을 축하드립니다. 공인받는 최고의 악단을 이끄는 느낌은 어떤 것인지요.
“물론 영광입니다. 그렇지만 음악은 스포츠와 달라 1, 2위를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죠. 단지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가진 악단과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할 뿐입니다.”
―어떤 요인들이 이 악단에 ‘정상급’이라는 찬사를 부여했습니까.
“콘세르트헤바우는 어느 곳보다도 음향의 퀄리티에 집중하고 신경을 쏟는 악단입니다. 100여 년 지켜온 사운드의 전통을 지켜가려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 소리는 풍부하고 윤택합니다. 최근 레퍼토리 면에서 여러 혁신이 있었지만 독특한 사운드의 전통은 확고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는 1996년 오슬로에서 지휘하다 심장발작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회복됐지만 이후에도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았다. 요즘은 어떨까.
“걱정하지 마십시오!(웃음) 한국 팬들은 이틀 동안 건강한 지휘자가 연주하는 멋진 음악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여러 해 동안 문제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그는 10여 년 전 두 번 한국을 방문했을 뿐이지만 자주 “한국의 젊은 음악팬들이 가진 열정”에 탄복하는 언급을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죠. 한국에 대해 가장 기억나는 것은 청중들의 ‘젊음’과 열렬함입니다. 거리를 걸어갈 때도 젊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더군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젊은 유망 연주자들이 쑥쑥 커가는 것도 큰 이유일 것입니다. 젊은 한국 음악가들은 유능하고 잘 준비돼 있으며 지적입니다. 이런 연주가들을 가진 한국 청중이 젊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로얄 콘세르트헤바우는 남다른 조건을 갖춘 악단입니다. 세계 최고의 음향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콘서트홀(콘세르트헤바우)입니다. 다른 곳에서 연주해도 이 악단의 개성은 유지될까요.
“하하, 스트라디바리로 연습한 바이올린 명인을 생각하면 되겠네요. 좋은 악기로 연습한 명인은 바이올린 음향이 가진 매력에 대해 본능적인 감각을 갖습니다. 다른 악기를 쥐더라도 스트라디바리만큼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연주를 할 수 있습니다.”
―13일 멘델스존 협주곡을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는 자주 호흡을 맞췄습니까.
“그럼요. 샤함은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연주가일 뿐 아니라 성격도 바로 그렇습니다. 다정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친구죠. 그와 함께 만족스러운 멘델스존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물론 다른 레퍼토리들도 만족스러울 겁니다.”
얀손스와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12일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3번과 야나체크 ‘타라스 불바’,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13일 로시니 ‘기욤(빌헬름) 텔’ 서곡, 브람스 교향곡 4번, 길 샤함이 협연하는 멘델스존 바이올린협주곡을 연주한다. 오후 8시. 6만∼42만 원. 02-6303-7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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